『홍길동전』은 허균이 지은 최초의 한글 소설이다. 시대 구분상 고전 소설이고, 서사구조는 영웅의 일대기 구조이다. 적서차별과 탐관오리의 부패라는 사회 문제점을 지적한 사회 소설이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조선과 율도국이고, 시대적, 시간적 배경은 조선 세종 임금님 때이다. 주제는 적서 차별 제도에 대한 저항과 입신양명에 대한 의지와 타락한 현실 비판과 이상국의 실현이다. 허균은『홍길동전』에서 율도국이라는 이상 국가를 제시하고 있다. 허균이 꿈꾸는 이상 국가인 율도국은 어떤 나라이었을까?
1. 작가 허균의 삶
허균은 음력 1569년 11월 3일 선조 2년 강원도에서 태어나, 음력 1618년 8월 24일 광해 10년에 향년 48세에 사망하였다. 호는 교산·성수, 본관은, 양천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정치 쪽으로는 뛰어나지 않았지만, 허구의 이야기를 꾸며내며 망상하는 것에는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고 하였다.
허균은 5세 때부터 누이인 허난설헌과 함께 서자 출신 손곡 이달에게서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9세에 이미 묘사를 잘하며, 시를 잘 지을 줄 알았다. 12세 때 아버지를 잃고 외로움을 달래려 더욱 시문 공부에 전념하였다. 이달은 그에게 시의 묘체를 깨닫게 해 주었으며 인생관과 문학관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달에게 시와 글을 배우다가 매부 추연의 추천으로, 당대 대학자 류성룡의 문하에 들어가 성리학과 글을 배웠다.
시문집으로 『성소 부부고』 『도문대작』, 1615년과 1616년 명나라에 사신으로 가면서 지은 『을병조천록』 1618년『한정록』 등이 있다. 소설은 「남궁선생 전」, 「손곡산인전」 「엄처사전」 「장산인전」 「장생전」 「홍길동전」 있다. 「홍길동전」은 1612년에 계축옥사 1년 전에 지었다고 한다. 허균은 『홍길동전』의 저자를 밝히지 않았으나 북인계 인사 유몽인이 『홍길동전』이 허균의 작품이라고 외부에 알리면서 그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위키백과 참고)
2. 홍길동은 어떤 인물일까?
홍길동의 아버지 홍판서에게는 본부인 유씨와 적자인 홍인형이 있다. 첩으로 기생출신 곡산댁이 있다. 길동이는 홍판서와 노비인 춘삼 사이에서 태어난 서자이다. 서자 중에서도 천출인 것이다. 길동이 태어나면서부터 안고 있는 문제는 홍 판서와 노비 춘섬 사이에서 태어난 천출이라는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양반에게 ‘취첩’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부인이 낳은 자식과 첩의 자식은 철저히 분리해서 대하였다. 첩의 자식인 서자는 가정 내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였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였다.’ 또한,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과거를 보는데 제한을 두었다..
홍길동은 홍판서가 용꿈을 꾼 후에 시비 춘섬을 취하여 태어나게 되었다. 홍길동은 비범하게 태어난 것이다. 홍판서는 홍길동이 태어났을 때 ‘생김새가 비범하여 실로 영웅호걸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기뻤으나 한편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 이유는 홍길동의 신분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길동이 점점 자라 여덟 살이 되자 총명하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났다. 하나를 들으면 백 가지를 알 정도였다.’ 홍길동은 학문적으로도 뛰어나고 기골이 장대하고, 바위를 한 번에 뽑을 정도로 힘이 셌다. 또한, 귀신도 헤아리지 못할 술법과 천지의 조화로 방안을 골짜기가 깊은 산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이 부분은 영웅이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영웅의 일대기적 면모를 보여 주는 부분이다.
“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공자와 맹자를 본받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병법을 익혀 대장인을 허리춤에 비스듬히 차고 여러 나라를 정벌하여 나라에 큰 공을 세우며 이름을 오래도록 빛내는 것이 통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길동은 높은 벼슬에 올라가고 싶었다. 즉 '입신양명'의 꿈을 꾸는 것이다. 조선의 사대부가에 태어난 남자들의 꿈은 입신 즉 벼슬길에 나가 이름을 널리 알려 가문을 빛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홍길동은 재주와 기질이 남보다 뛰어나고 '원대한 뜻'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뜻을 펼칠 수가 없었다. 문과에도 나가지 못하지만 천출인 관계로 무과에도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홍길동은 출신 성분이 천하여 그의 원대한 뜻을 펼칠 수가 없었다.
3. 홍길동은 왜 산적이 되었을까?
초란은 길동을 없애기 위해 관상녀를 불러 들러 들였다.
"이 공자의 얼굴을 보니 당대에 보기 드문 영웅이요, 일대 호걸입니다. 비록 신분이 낮아서 애석할 뿐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 · · · · · ·."
관상녀는 여기까지 말하더니 갑자기 주저하며 입을 다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홍 판서와 부인 유 씨는 어리둥절해하며 말을 재촉하였다. (생략)
"공자의 얼굴을 보니 가슴속에 조화가 가득하고 두 눈썹 사이에 맑은 기운이 넘쳐흘러 실로 왕이 될 사람입니다. 그러나 장차 커서 성인이 되면 공자로 인해 온 집안이 멸망하는 화를 당할 것이니 대감께서는 굽어 살피시오."
홍판서는 너무 놀란 나머지 한참 동안 관상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마음을 진정시키고 말하였다.
"사람의 팔자는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너는 절대 오늘 한 말을 입 밖에 내지 마라." (생략)
초란이 홍길동을 해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관상녀에게 꾸며 내어 말하게 하였지만, 홍판서는 내심 그 말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홍판서는 길동이 영웅의 풍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이 된다는 것은 왕이 있는 조선에선 역모를 의미하는 것이며,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래서 홍판서는 관상녀에게 누설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는 것이다. 초란는 홍판서로 길동을 해칠 수 없으니까, 본부인 유 씨를 부추겨 특재를 시켜 직접 죽이는 것을 시도하였다.
홍길동은 《주역》의 팔괘로 점을 쳐보고 자신을 해치려는 것을 미리 알고 도술을 부려 몸을 숨겼다. 홍길동전의 비현실적이고 전기적인 면을 보여 주는 장면이다. 도술로 자신을 죽이려 한 특재와 관상녀를 죽이고, 그 밤에 홍 판서를 찾아가 작별을 고하였다. 홍 판서는 길동이 불쌍한 마음이 들어 ‘오늘부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불러도 좋다.’고 허락해 주었다. 아버지인 홍판서의 허락만으로도 '호부호형'이 가능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정 내에서 '호부호형'은 가능할지라도 길동에게는 사회에서의 신분적 제약은 여전히 남아있다. 길동은 어머니를 찾아가 작별을 고하고 집을 떠났다. 그 길로 산속에 들어가 산적이 되었다. 스스로 ‘활빈당’이라는 이름을 짓고 산적 두목이 되었다.
처음부터 백성의 재물을 추호도 뺏은 적이 없으며, 수령의 뇌물과 의롭지 못한 재물만을 빼앗았습니다. 어쩌다 나라 곡식을 도적질 한 적은 있사오나, 임금과 아비가 한 몸이니 자식이 아비 것을 조금 먹었기로서니 어찌 도적이라 할 수 있습니까? …… (중간 생략)
일찍부터 해인사의 중들은 경작도 아니하고, 백성의 곡식을 빼앗으며, 베도 짜지 아니하고 백성을 속여 의복을 받아 입고 있습니다. 주변의 백성들은 굶주리고 있는데도, 불도를 무기로 무고한 백성들의 재물을 탈취하여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만 애쓰고 있으니 어찌 그냥 둘 수 있겠습니까? (생략)
홍길동은 수령의 뇌물과 의롭지 못한 놈의 재물만 빼앗았다. 병기를 탈취했지만 나라를 도우려 했다. 불을 질러도 능에는 절대 가까이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백성의 재물은 빼앗지 않았다. 도둑질했다 하더라도 백성의 물건을 빼앗았던 것을 다시 돌려준 것이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즉 탐관오리들을 혼내주기 위해 물건을 훔쳤고, 그것을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기 때문에 도둑질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홍길동의 행동은 분명히 도둑질이다. 그런데도 「홍길동전」을 읽은 독자들은 길동의 행동과 말에 공감을 하는 부분이 있다. 그 이유는 선을 가장한 불의가 있고, 어쩌지 못하는 부분을 길동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4. 홍길동은 왜 조선을 떠났을까?
인형을 통해 길동을 체포하였지만 팔도에서 여덟 명의 길동이 잡혀 왔다. 나라에서는 길동을 잡으려고 했지만 길동을 잡을 수가 없었다. 길동은 '요망한 신하 길동은 아무리 하여도 잡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병조 판서 벼슬을 내리시면 잡히겠습니다.'라는 방을 붙었다. 왕은 홍길동에게 병조 판서를 제수하였다. 병조 판서를 제수받은 후 산중에서 조용히 나날을 보내던 홍길동은 왕을 찾아갔다.
“소신이 이제 뜻한 바가 있어 조선을 떠나려 합니다. 다시 전하를 뵈올 날이 없겠기에 하직 인사드리러 왔사옵니다. 마지막으로 바라옵건대, 전하의 넓으신 덕으로 벼 삼천 석만 주시면 수천 인명이 살아날 것이옵니다. 부디 성은을 바라나이다.”
임금이 허락하면서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신기한 재주를 조선국을 위해 쓰지 않는가?”
홍길동은 조선을 떠나 새로운 나라 율도국을 건설했다. ‘길동이 율도국을 잘 다스려 나라에 도적이 없는 태평성대를 이루었다’고 한다. 「홍길동전」에서 조선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비판하면서도 조선사회의 그 부조리와 모순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적서차별의 문제점은 지적하면서도 그 문제가 취첩에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이다. 홍길동은 조선의 다른 사대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만 자신의 ‘입신양명’만을 추구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홍길동은 용꿈을 꾸고 태어났다. 이는 왕이 될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홍길동도 왕이 되길 꿈꾸었다. 그래서 율도국을 건국하고 율도국 왕이 되었다.
그런데 왜 조선이 아니라 율도국의 왕이 되어야 했던 걸까? 유학의 나라 조선에서의 역성혁명을 드러내는 것은, 책의 소설로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충과 효를 목숨처럼 여기는 조선에서 역성혁명은 불효이고 불충이며, 반역인 것이다. 길동은 평생의 한이었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르는 것’을 허락받았다, 그리고 최고의 권력기관인 병조 판서에 제수되었는데도 조선을 떠났다. 그것은 더 이상 조선에서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에 조선을 떠났을 것이다.
스스로 세운 율도국에서 홍길동은 세 명의 왕비를 거느렸다. 왕위는 그의 맏아들에게 물려주었다. 이것은 조선의 제도와 다를 것이 없다. 조선에서 신분제도가 없고 처첩을 두지 않았다면 길동은 다른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아마도 시련 없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 허균은 이 문제를 조선의 유교 논리 아래에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허균은 조선사회의 부조리가 '취첩'과 '신분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적서의 차별만이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다. 근본 문제를 좀 더 깊게 인식했다면 작가 허균이 꿈꾸었던 이상 국가 '율도국'의 모습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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