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겪는 비극과 수난의 이야기이다. 만도와 진수 부자를 통해서 문제를 조화와 화합으로 해결하고, 극복하는 지혜를 배운다.
-목 차-
1. 작가 하근찬 이해
2. 「수난이대」 구성상 특징
3. 조화와 화합으로 문제 해결
1. 작가 하근찬(1931.10.21.~2007.11.25.) 이해
1931년 10월 21일 경북 영천에서 출생했다.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수난이대」가 당선되면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창작집으로는 『수난이대』(1972), 『흰 종이 수염』(1977), 『일본도』(1977), 『서울 개구리』(1977), 『화가 남궁 씨의 수염』(1988), 『내 마음의 풍금』 등이 있다. 그리고 장편소설로 「야호」(1972), 「월례소전」(1973~1975), 「제복의 상처」(1981), 「산에 들에」(1984), 「여제자」(1987), 「은장도 이야기」(1986) 등이 있다. 그는 농촌을 배경으로 민족의 비극과 사회의 현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작가는 만주 사변, 중일 전쟁, 태평양 전쟁, 한국 전쟁 등 전쟁의 그늘 속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전란 속에서 젊음을 보낸 하근찬은 전쟁의 문제를 주된 소재로 삼아 주로 창작 활동을 하였다. 한국 전쟁부터 종전까지를 배경으로 마을 청년들에게 소집 영장을 전하러 온 경관의 배 타기를 거절한「나룻배 이야기」(1959), 한국 전쟁 때 노무자로 동원되어 팔 하나를 잃고 돌아와 얼굴에 흰 수염을 붙이고 극장 광고판을 메고 다니는 동길이 아버지의 이야기인 「흰 종이 수염」(1959), 들고 있는 편지 뭉치가 집집마다 통곡 소리를 자아내는 전자 통지임을 알고 냇물에 띄워 보냈다가 해고되는 배달부 이야기인「홍소」(1960) 등이 있다.
하근찬의 「수난이대」는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두 개의 큰 전쟁인 2차 세계대전과 6.25를 연결하고 있다. 두 전쟁을 부자 이대의 수난으로 연결하여 한순간의 일회적 비극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수난의 역사 속에서도 처절한 아픔과 불행을 호들갑스럽지 않게 묵묵히 살아내는 모습에서 오히려 비극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2. 「수난 이대」 구성상 특징
「수난 이대」는 회상과 연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적절하게 교차시키고 있다. 회상은 주로 요약적 제시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바로 이 정거장 마당에 백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만도도 섞여 있었다.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으나, 그들은 모두 자기네들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지를 못했다. 그저 차를 타라면 탈 사람들이었다. (중략)
만도가 어렴풋이 눈을 떠 보니, 바로 거기 눈앞에 누구의 것인지 모를 팔뚝이 하나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다. 손가락이 시퍼렇게 굳어져서 마치 이끼 낀 나무토막처럼 보이는 팔뚝이었다. 만도는 그것이 자기의 어깨에 붙어 있던 것인 줄을 알자, 그만 으악! 정신을 잃어버렸다. 재차 눈을 떴을 때는 그는 푹신한 담요 속에 누워 있었고, 한쪽 어깻죽지가 못 견디게 쿡쿡 쑤셔 댔다. 절단 수술이 이미 끝난 뒤였다. (중략)
현재의 이야기는 주로 장면 제시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꽤애액 기적 소리였다. 멀리 산모퉁이를 돌아오는가 보다. 만도는 자리를 털고 벌떡 일어서며 옆에 놓아둔 고등어를 집어 들었다. 기적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그의 가슴이 울렁거렸다. 대합실 밖으로 뛰어나가 플랫폼이 잘 보이는 울타리 쪽으로 가서 발돋움을 했다.(중략)
기차역 가는 길과 기차역에서 돌아오는 길을 나누어서 이분법적 나누어져 있다. 기차역에 갈 때 만도는 아들이 돌아온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진수가 돌아온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아무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도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었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박만도는 여느 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수어야 넘어설 수 있는 용머리 재를 단숨에 올라 채고 말았다. (중략)
기차에서 내릴 사람은 모두 내렸는가 보다. 이제 미처 차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이 플랫폼을 이리저리 서성거리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놈이 거짓으로 편지를 띄웠을 리는 없을 건데……. 만도는 자꾸 가슴이 떨렸다. (중략)
만도는 진수를 찾지 못하자 불안했다. 다친 진수를 보았을 때 놀람과 절망,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아버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만도는 깜짝 놀라며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만도의 두 눈은 무섭도록 크게 떠지고, 입은 딱 벌어졌다.. 틀림없는 아들이었으나, 옛날과 같은 진수가 아니었다. 양쪽 겨드랑이에 지팡이를 끼고 서 있는데, 스쳐가는 바람결에 한쪽 바짓가랑이가 펄럭거리는 것이 아닌가.
만도는 눈앞이 노오래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한참 동안 그저 멍멍하기만 하다가, 코허리가 찡해지면서 두 눈에 뜨거운 것이 핑 도는 것이었다.
“에라이 이놈아.”
만도의 입술에서 모질게 튀어나온 첫마디였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고등어를 든 손이 불끈 주먹을 쥐고 있었다(중략).
만도는 뒤따라 오는 진수를 한 번도 돌아보지도 않고 무거운 짐을 진 사람처럼 땅바닥만 보고 걸었다. 두 개의 지팡이에 의지해 걷는 진수가 따라오는지 뒤돌아 보지도 않고 걸었다. 기차역에 갈 때와는 대칭되어 만도의 절망감이 어떠한지 짐작하게 한다.
3. 조화와 화합으로 문제 해결
개천 둑에 이르렀다.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그 시냇물이다. 진수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물은 그렇게 깊은 것 같지는 않지만, 밑바닥이 모래흙이어서 지팡이를 짚고 건너가기가 만만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외나무다리는 도저히 건너갈 재주가 없고……. 진수는 하는 수 없이 둑에 퍼지르고 앉아서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만도는 잠시 멀뚱히 서서 아들의 하는 양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지수야, 그만두고, 자아, 업자.”
하는 것이었다.
“업고 건너면 일이 다 되는 거 아니가. 자아, 이거 받아라.”
고등어 묶음을 진주 잎으로 내민다.(중략)
진수는 고등어와 지팡이를 들고 아버지 등으로 가서 업혔다. 진수는 무척 황송해하며 고등어와 지팡이를 든 두 팔로 아버지의 목을 안았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미안해하고 아버지는 아들을 안쓰러워하며 외나무다리라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내고 있다.
작가는 일제 강점기에 아버지는 팔을, 6.25 전쟁 때 아들은 다리를 다치는 일을 통해 민족의 수난사를 보여 주고 있다. 2024년 현재 에는 1950년 6.25가 있은 지 74년이 흘렀다. 수난의 일대기를 살았던 사람들은 이제 노년이 되었거나 이 세상과 작별을 하였다. 그러나 만도와 진수는 슬기롭게 자신들의 문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전후에 태어나 풍요로운 세상을 산 우리에게는 역사이지만, 우리네 아버지들에게는 현실이었다. 「수난 이대」에서 작가는 전쟁으로 인해 팔과 다리를 잃은 비극을 해학적 요소를 가미하여 표현함으로써 비극이 더욱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게 한다. 그렇지만 그 비극에 매몰되지 않고 끈질기게 극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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