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 이청준(1938~2008)의 짧은 단편 소설이다. 「연」 어머니의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심미적 체험을 한다는 것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한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들을 상징하는 연을 보면서 연의 상태에 따라 어머니의 심리가 변한다. 연을 보며 아들이 떠날까 봐 염려하던 어머니는 막상 아들이 떠난 후에는 아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을 알 수 있다.
「연」의 공간적 배경은 시골 마을이고, 계절적 배경은 봄이다. 작품의 내용을 끌어가는 서술자의 시점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마을 쪽 하늘에선 연이 떠오르지 않는 날이 없었다.
연은 먼 하늘 여행을 꿈꾸는 작은 새처럼 하루 종일 마을 위를 맴돌았다.
들에서나 산에서나 마을 근처에선 언제 어디서나 새처럼 하늘을 떠도는 연을 볼 수 있다.
연이 하늘에 떠올라 있는 동안은 어머니도 마음이 차라리 편했다. (생략)
연을 작은 새에 직접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도 마음이 차라리 편 했다.’ 어머니의 마음을 직접 제시하는 것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머니는 들에서나 산에서나 연을 찾아 일손을 멈추곤 했다. 그리고 ‘봄 하늘을 바라보며 허기진 한숨’을 삼키곤 했다. ‘봄 하늘’이라는 것은 계절적 배경이 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허기진 한숨’은 배가 고픈 가난한 형편을 말해 준다. ‘허기진 한숨’은 어머니가 가난으로 인해 내적 갈등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그 갈등은 아들과의 외적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짐 처지에 상급 학교가 당하기나 한 소리냐. 이름자나마 쓰고 읽게 된 걸 다행으로 알거라.”
어미 곁에서 함께 땅이나 파고 살자던 소리가 아들놈의 어린 가슴에 못을 박은 모양이었다.(생략)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인해 아들은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상급 학교에 진학시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으로 한숨짓고 있다. 상급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아들은 연을 띄움으로써 자신의 소망을 실현해 보고자 한다. 그러나 연실에 묶여 있는 연은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는 없는 한계가 있다. 아들에게 있어 연실을 어머니일 것이다. 아들은 상급 학교 진학을 단념한 후 철 늦은 연을 날리기 시작했다. 보통 연은 겨울에 날린다. 겨울바람이 불 때 추위에도 손을 호호 불며 연을 날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이 연을 날리던 겨울에는 연실이 없어서 연을 날릴 수 없었다. 다만 연을 날리는 친구들을 부러워만 했다.
어머니는 큰맘 먹고 연실을 마련해 냈고, 아들놈은 그때부터 하고 한날 여에만 붙어 지냈다.
봄이 되어 제 또래 아이들이 모두 마을을 떠나 읍내 상급학교로 가 버린 다음에도 아들놈은 혼자서 그 파란 봄보리밭 위로 하루같이 연만 띄워 올리로 있었다.(생략)
어머니는 언제 어디서 연을 볼 수 있었고, 연을 보면 아들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연은 언제나 머나먼 하늘 여행을 꿈꾸는 작은 새처럼 보였고, 연이 실을 끊고 날아가듯이 아들이 떠나가 버릴까 봐서 불안했다. 어머니는 연이 떠올라 있는 동안에는 아들이 아직 떠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하루는 결국 이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날은 유독 봄바람이 들녘을 설치던 날이었다.
어머니는 이날도 고개 너머 들밭 언덕에서 봄 무릇을 캐고 있던 참이었다.(생략)
‘이변’이 일어났다는 것은 사건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봄바람이 많이 불던 날 연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실이 모두 풀려 나와 ‘하늘 끝까지’ 날아갔다. 무릇 싹을 찾아 헤매던 ‘어머니의 발길이 자꾸만 헛디딤질’을 되풀이했다. 연이 하늘 높이 날자 어머니의 불안감도 높아졌다. 연이 드센 봄바람에 심하게 오르내리고 흔들리면 어머니의 마음도 불안하게 흔들렸다. 불안하게 연을 쫓던 어머니의 눈에 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아들이 어머니 곁을 떠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연의 높이에 따라 어머니의 심리는 변한다. 연이 높을수록 어머니의 불안감도 높아졌다. 아들이 멀리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연이 보이지 않게 되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아들의 뒤를 서둘러 쫓아 나서려기는커녕 걸음 한번 멈추지 않고 말없이 그냥 녀석의 곁을 지나쳐 갈 뿐이었다. 그러고는 내처 그 텅 빈 초가의 사립문을 들어서고 나서야 아들의 연이 날아간 하늘을 향해 어머니는 발길을 잠깐 머물러 섰을 뿐이었다. (생략)
어머니는 다만 그 무심한 하늘을 향해 다시 한번 가는 한숨을 삼키며 허망스럽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가, 어딜 가거나 몸이나 성하거라…….”
연이 연줄을 끊고 자유로이 하늘을 날아갔듯이 아들은 어머니라는 연줄을 끊고 자신의 꿈과 이상을 향해 떠나갔다. 어머니는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고도 할 수 있는 아들을 원망하기는커녕 아들의 몸이 건강하기를 바란다. 어머니는 아들을 상급 학교에 보내지 못한 미안함이라는 내적 갈등이 해소되고, 아들과의 외적 갈등도 해소되었다. 아들은 자신의 꿈과 이상을 찾아 떠나고자 하는 내적 갈등을 어머니를 떠남으로써 내적갈등이 해소되었다. 아들은 가난이라는 사회적 갈등을 노력을 통해 해소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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