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는 톨스토이(1828.9.9.~1910.11.20.)의 단편 소설 중 하나이다. 톨스토이는 『부활』(1899), 『전쟁과 평화』(1869), 『안나카레니나』(1877) 등 대작과 수많은 작품을 남긴 작가이다. 톨스토이는 문학에서 성과를 이룬 후 말년에 종교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도 이때의 작품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는 단편 중에서도 비교적 짧은 단편이다.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
악시오노프는 블라디미르 마을에 사는 상인이다. 집이 한 채 있고, 상점도 두 군데나 운영할 만큼 재력도 있다. 재치 있는 성격에 노래 솜씨까지 있는 성실한 젊은이다. 종종 술을 마셨지만 결혼 후에는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악시오노프가 니즈니의 특산물 시장에 가려고 할 때 아내는 꿈 이야기를 하면서 그를 말렸다. ‘꿈에서 당신이 집에 돌아와 모자를 벗는데, 머리가 세서 회색빛이더라고요.’ 이 꿈은 악시오노프의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악시오노프는 시장으로 가는 길에 알고 지내던 상인을 만나 같은 여관에서 묵었다. 그런데 함께 묵었던 상인이 죽었다. 경찰은 악시오노프를 체포했다. 상인을 죽인 흉기인 칼이 악시오노프의 가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악시오노프는 팔려고 가져간 물건과 돈도 모두 빼앗기고 감옥에 갇혔다.
악시오노프는 상인을 살해하고, 2만루블을 훔친 죄로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악시오노프를 찾아온 아내는 “여보, 제게만 진실을 말해 주세요. 정말 당신이 한 게 아니에요.”라고 했다. 이날 이후 악시오노프는 탄원서를 쓰지 않았다. 왜 탄원서를 쓰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한 악시오노프는 ‘아내마저 자신을 의심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말할 나위가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실은 오직 신만이 알고 계시군. 내가 호소할 곳도 그분이고, 자비를 구할 곳도 그분뿐이야.” 하면서 탄원서를 쓰지 않고 신께 기도만 드렸다.
악시오노프는 시베리아 감옥에서 26년을 살았다. 악시노프의 머리는 하얗게 셌고, 턱수염마저 회색빛이 되었다. 악시오노프는 감옥에서 장화 만드는 일을 배워 번 돈으로 〈성자의 삶〉이라는 책을 샀다. 그리고 책을 읽었다. 일요일에는 감옥 안에 있는 성당에 가서 성경을 읽었다. 교도관들은 차분하고 온순한 악시오노프를 좋아했고, 동료 죄수들은 ‘어르신’이나 ‘성자’라고 부르며 존경했다.
악시노프가 있는 감옥에 새로운 죄수가 들어왔다. 그는 ‘고삐에 묶인 말 한 마리를 가져간 일’로 체포되었다고 했다. 그의 고향은 블라디미르고 이름은 마카르 세묘니치라고 했다.
“혹시 누가 상인을 죽였다고 하던가요?”
세묘니치는 음흉하게 웃더니 대답했다.
“칼이 들어 있던 가방의 주인이겠죠. 다른 사람이 와서 가방에 칼을 넣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지요. ‘들키지 않으면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더군다나 가방을 베고 자는데 몰래 칼을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잇겠어요? 그러면 가방 주인이 깨어났겠죠!”
이 이야기를 들은 악시오노프는 세묘니치가 상인을 죽인 범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생략)
가방을 베고 잤다는 것은 칼을 넣은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사실이다. 그날 밤 악시오노프는 원통한 마음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 비참하게 살았던 지난날들을 떠올렸다. 이후 악시오노프는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다 탈옥을 위해 땅굴을 파고 있는 세묘니치를 발견했다. 누군가 흙을 버린 것이 발견되고, 깊게 파인 땅굴이 교도관들에게 발각 되었을 때 악시오노프는 범인이 세묘니치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왜 세묘니치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걸까? 악시오노프는 '그것은 신의 일'이라고 했다.
“악시오노프, 날 용서해 주시오!”
“무엇 때문이오?”
악시오노프가 묻지 세묘니치가 결심한 듯 이야기를 꺼냈다.
“상인을 죽이고 칼을 당신 가방에 넣은 건, 바로 나요. 원래는 당신도 죽이려고 했지요. 그런데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바람에 칼만 가방에 넣고 달아난 거요.”
말을 마친 세묘니치는 흐느껴 울었다.
악시오노프는 세묘니치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세묘니치와 함께 울었다. 잠시 뒤, 악시오노프가 입을 열었다.
“신께서 당신을 용서해 주실 거요. 어쩌면 내가 당신보다 백 배는 더 못난 사람일지도 모르오.”
악시오노프가 함께 울었다는 것은 세묘니치를 용서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용서하고 나니까 마음이 가벼워진것일까 26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게 한 범인을 용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후 악시오노프는 집이 그리운 마음도 사라지고 감옥에서 나가고 싶다는 마음조차 사라졌다. 왜 감옥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진 걸까? 악시오노프는 아내가 믿어주지 않았을 때 절망감을 느꼈다. 에제 감옥 밖에 악시오노프를 기다리는 것은 없다. 악시오노프에게 중요한 것은 '신의 때에 신의 방법으로 범인을 알게 해 줄 것'을 그리고 알았다. 악시오노프에게 다른 사람의 판단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죄를 뉘우친 세묘니치는 악시오노프가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악시오노프는 무죄 선고와 석방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악시오노프는 이 소식을 듣지 못했다.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성자 소리를 들으며 산 악시오노프가 무죄 소식을 듣지 못하고 죽었다는 장면에서 허탈함을 느끼는 것은 나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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