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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논술

노새 두 마리

by 연채움 2024.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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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새 두 마리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최일남의 단편 소설이다. 1970년대는 급격하게 산업화가 이루어지던 시기이다. 사람들은 산업화로 인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다. 노새 두 마리도 그러한 시대 배경 속에서 도시 변두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정 많고 따뜻한 시선을 가진 어린 아들에게 비추어진 힘든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서술하고 있는 단편 소설이다. 제목이 말하는 노새 두 마리의 의미는 무엇일까?

 

노새 두 마리

  「노새 두 마리는 아버지가 중심인물이고 서술자는 이다. ‘’의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주인공 아버지의 삶을 서술한다. 아버지는 노새를 끌고 연탄 배달 일을 하고 있다. 공간적 배경은 도시의 변두리이고 시간적 배경은 겨울이다. 가파른 골목길이라는 공간과 겨울이라는 시간은 아버지의 삶이 고단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그 골목은 몹시도 가팔랐다. 아버지는 그 골못에 들어서기만 하면 미리 저만치 앞에서부터 마차를 세게 몰라 가지고는 그 힘으로 하여 단숨에 올라가곤 했다. 그러나 이 작전에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더러는 마차가 언덕의 중간쯤에서 더 올라가지를 못하고 주춤거릴 때도 있었다.(생략)

 

  그 골목은 아버지의 생활공간이다.그 골목이 몹시도 가팔랐다는 것은 아버지가 겪어내야 하는 삶이 고단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아버지는 노새가 끄는 마차를 몰고 연단을 배달하고 있다. 그것도 나의 가게의 연탄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한 것을 배달만 하고 배달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당연히 수입이 적을 수밖에 없다. 노새, 마차, 연탄 등은 1970년대의 사회 문화적 환경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랬는데 이삼 년 전부터 아직도 많은 빈터에 집터가 다져지고, 하나둘 문화 주택이 들어서더니 이제는 제법 그럴듯한 동네 꼴이 잡혀갔다. 원해부터 있던 허름한 집들과 새로 생긴 집들과는 골목 하나를 경계로 하여 금을 긋듯 나누어져 있었는데 먼 데서 보면 제법 그럴싸한 동네로 보였다. (생략)

 

  변두리 동네에 연탄 두서너 장을 새끼줄에 대롱대롱 매달고 가던 동네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문화 주택은 2층 슬래브집으로 판잣집을 가려주어 신흥 부락으로 보이게 했으며, 아버지의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런 집에서 연탄을 한 번 들여놓았다 하면 몇 달씩 때니까 자주 주문을 하지 않아서 아버지의 일감이 이 동네에서 끝나는 것만은 아니고, 여전히 타 동네까지 노새 마차를 몰기는 했지만, 그전보다는 자주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된 것만은 사실이었다. (생략)

 

  고목을 사이에 두고 구동네와 문화 주택으로 나뉜다. 구 동네는 허름한 판잣집에 연탄은 조금씩밖에 사지 않았다. 그것은 경제 수준이 어렵기 때문이다. 문화 주택은 새로 생긴 슬래브 집에 연탄을 많이 산다. 즉 경제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의 혜택을 보는 부유한 중산층이라는 것을 말한다. 새동네가 생기면서 구 동네의 사람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구멍가게에는 환타니 미린다니 하는 음료수병들이며, 퍼머스트 아이스크림도 섞이고, 귤 상자도끼이게 되었다. 골목에는 우유 배달부가 드나들고, 슈샤인 보이가 새벽이면 구두 딲으…….”를 외치고, 청소부들이 골목 안까지 차를 들이대고 쓰레기를 퍼 갔다.

 

  그러나 동네의 모습이 이처럼 달라지기는 했어도 구 동네와 새 동네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일이 없었다. 너는 너, 나는 나 하는 식으로 새 동네 사람들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누가 다가오는 것을 거절하고 있었다.(생략)

 

  구 동네와 새 동네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단절되어 있다. 새 동네는 폐쇄적이고 개인적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런데 노새에 대한 반응은 다르다. 구 동네 사람들은 냄새가 난다고 노새를 싫어한다. 구 동네 아이들은 노새를 보면 괴롭히기까지 한다. 그러나 새 동네 사람들은 아이, 귀여워. 오랜만에 보는 노샌데.” 하기도 하고, “어머, 지금도 노새가 있었네.” 하기도 한다. 새 동네 사람들이 노새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자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이미 1970년대 도시에 노새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노새를 보고 좋아하는 것은, 새 동네 아이들이었다. 노새만 지나가면 지금까지 하던 공차기나 배드민턴을 멈추고 한동안 노새를 따라왔다. “, 노새다.” 한 아이가 외치면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외쳤다. “그래그래, 노새다.”“, 이게 노새구나.”“그래 인마, 넌 몰랐니?”(생략)

 

새 동네 아이들의 말과 행위를 통해 긍정적 의도가 드러나게 서술하고 있다. 나도 새 동네 아이들과 데면데면 하였지만, ‘아이들이 우리 노새를 보고 놀라거나 칭찬할 때만은 어쩐지 그들이 좋았다.’

 

우리 집에 노새가 들어온 것은 이 년 전이었다. 그전까지는 말을 부렸는데 누군가가 노새와 바꾸지 않겠느냐고 제의해 왔다. (생략)

 

  과거 회상을 통해 노새가 우리 집에 들어오게 된 이유와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노새를 싫어했었다. 노새는 우리는 방과 잇닿아 있었다. 특히 와 형과 할머니가 함께 쓰는 방 옆에 노새의 우리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잠결에도 노새가 앉았다 일어나는 소리, 히힝 거리는 소리, 방귀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이것은 노새가 단순히 가축이 아니라 가족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엾게도 노새는 원래 회색빛이었는데도 우리 집에 온 뒤로는 차츰 연탄 때가 묻어 검정빛으로 변해 갔다. 엉덩이께는 물론 갈기도 까맣게 연탄 가루가 앉아 있었다. 내가 깜냥으로는 지성스럽게 털어 주고 닦아 주고 하는데도, 연탄 때는 속살까지 틀어박히는지 닦아 주고 닦아 주고 하는데도, 틀어박히는 닦아 줄 때만 조금 희끗하다가 한바탕 배달을 갔다 오면 도로 그 모양이었다. (생략)

 

는 노새에 대해 연민과 애정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돌봐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새도 가 가면 정성을 아는지 멍청히 서 있다가도 내가 가까이 가면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어 알은체를 했다.’ 노새와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랬는데 그 노새가 오늘은 우리 집에 없다.

노새가 갑자기 달아난 건 어저께 일이었다. 아버지는 연탄을 실은 뒤 노새의 고삐를 작고 나는 그냥 뒤따르고 있었다.(생략)

 

  현재에서 과거로 넘어가서 과거의 구체적인 모습을 하나하나 서술하는 역순행적 구성을 보여 준다. ‘는 연탄 배달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니고 있다. 연탄을 싣거나 부릴 때 가 거들려고 하면 아버지는 한사코 말렸다. 아들에게 궂은일을 시키기 싫어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새 동네의 두 집에서 이백 장씩 갖다 달라고 해서, 아버지는 연탄 사백 장을 싣고 새 동네로 들어가는 가파른 골목길을 들어서고 있었다. 얘기의 앞뒤가 조금 뒤바뀌었지만, 우리 아버지는 연탄 가게의 주인이 아니고 큰 길가에 잇는 연탄 공장에서 배달 일만 맡고 있다. (생략)

 

  ‘가파른 골목길을 들어서고있었다는 것은 어떤 사건이 발생할 것을 암시한다. ‘는 아버지가 연탄 가게 주인이 아니고 배달만 할지라도 아버지를 자랑스럽다.

 

  그러나 길바닥에 살얼음이 한 겹 살짝 깔려 있어서 마차를 미는 내 발도 줄줄 미끄러져 나가기만 했다. 노새는 앞뒷발을 딱딱 소리를 낼 만큼 힘껏 당을 밀어냈으나 마차는 그때마다 살얼음 위에 노새의 발자국만 하얗게 긁힐 뿐 조금도 올라가지 않았다.(생략)

 

  살얼음이 얼었다는 것은 시간적 배경이 겨울이라는 것이다. 아버지가 얼굴애 빨개지며 고삐를 당기고 밀어도 마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외양 묘사와 행위를 통해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실감 나게 전달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쳐다보기만 할 뿐 도와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일에 무관심한 도시의 각박한 인심을 알 수 있다.

 

아버지는 평소의 그 답지 않게 사정없이 노새에게 매질을 해 댔다.

이랴, 우라질 놈의 노새. 이럇!”

노새는 눈을 뒤집어 까다시피 하면서 바득바득 악을 써 댔으나 판은 이미 그른 판이었다. 그때였다. 노새가 발에서 잠깐 힘을 빼는가 싶더니 마차가 아래쪽으로 와르르 흘러내렸다. 뒤미처 노새가 고꾸라지고 연탄 더미가 대그르르 무너졌다. 아버지는 밀려 내려가는 마차를 따라 몇 발짝 뒷걸음질을 치다가 홀랑 물구나무서는 꼴로 나자빠졌다.(생략)

 

  ‘노새는 고꾸라지고’, ‘아버지는 나자빠졌다.’ 작가는 노새를 통해 아버지의 삶을 드러낸다. 노새는 아버지를 상징하는 것이다. 노새는 모든 짐을 벗어 버리고 자유롭게 도망하여 버렸다. ‘아버지는 절박하게 동서남북 뛰어다니면서 노새를 찾았지만, 누구도 왜 뛰는지묻지도 않고, 노새가 어디로 갔는지 말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노새 찾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아버지에게 노새는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생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의 꿈에서 노새는 골목을 뛰쳐나와 나와 큰길 한복판으로 뛰어 들어갔다. 횡단보도를 건너 번화가 옆 큰 시장을 지나 한 길로 나왔다. 그리고 한강 다리를 건너 고속도로로 달려갔다. 고속도로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노새가 고속도로로 들어갔다는 것은, 노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말한다. 노새는 자유롭게 살고 싶은 것이다꿈에서 깨어난 는 아버지와 함께 시장에 갔다가 동물원에 가게 되었다. ‘는 동물원에서 아버지가 노새를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막상 들어온 아버지는 그런 동물들을 별로 눈여겨보지 않았다. 동물들의 우리를 보다가 하늘을 보다가 할 뿐, 눈에 초점이 없었다. (생략)

 

  아버지의 행위 묘사는 아버지가 오직 노새 생각뿐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동물원은 가 아버지와 노새가 닮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공간이다. 노새나 아버지나 힘겹게 살아가는 처지나, 산업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닮아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대폿집에 들러 술을 마셨다. 대폿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아버지는 가장으로서의 가족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이제부터 내가 노새다. 이제부터 내가 노새가 되어야지 별수 있니? 그놈이 도망쳤으니까. 이제 내가 노새가 되는 거지.” 아버지에게는 가족을 책임질 수 있게 하는 생계 수단인 노새가 사라졌으니 자신이 노새가 되어서라도 가족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의지는 집에 돌아왔을 때 다짐은 무너져 내렸다. 가족들은 아버지와 가 집에 돌아왔을 때 경찰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렸다. 그 이유는 노새의 소동으로 인해 지서에서 아버지를 잡아넣겠다는 것이다. 아버지 앞에는 다시 힘겨운 삶이 놓여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돌아보지도 않고 어두운 골목길을 나가고 있었다.’ ‘는 또 한 마리의 노새를 찾아 캄캄한 골목길을 마구 뛰었다.’

  노새 두 마리는 마차를 끄는 노새아버지를 가리킨다. 산업화로 급속하게 발전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도시 빈민의 삶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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