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문자전」은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의 한문 단편 소설이다. 주인공은 못생기고 볼품없는 거지이다. 다른 고전 소설 속 인물들과는 달리 박지원의 소설 속 인물은 평범하다 못해 못생기고, 천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그런 인물들을 통해 작가 박지원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광문자전」 이해
광문은 어릴 적부터 한양 종로 바닥에서 구걸하며 잔뼈가 굵은 거지이다. 길거리 다른 거지 아이들이 광문이를 왕초로 삼아 굴을 지키게 하였다.
춥고 눈이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구걸을 하러 나갔는데, 아이 하나가 몸이 아파 나가지 못하였다. 조금 있다가 아이는 추워서 벌벌 떨면서 신음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참으로 구슬펐다. 광문이는 그 아이가 너무 불쌍해서 밖에 나가 먹을 것을 얻어 왔다. 하지만 막상 돌아와 아이에게 먹이려고 보니,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구걸 나갔던 거지 아이들이 돌아서 이 광경을 보았다. 모두 광문이가 그 아이를 죽였다고 의심하여 광문이를 흠씬 두들겨 패고 내쫓았다. (생략)
광문이는 ‘아이가 불쌍해서 밖으로 나가 먹을 것을 얻어 왔다’는 것으로 보아 광문이의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을 연민하는 측은지심이 있다. 그러나 오해로 인해 거지 소굴에서 쫓겨나게 된다. 광문이가 어느 집으로 엉금엉금 기어 도망하였을 때 집주인은 ‘광문이의 말이 워낙 꾸밈이 없고 진실해 보여 도둑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광문이는 그 집주인에게 거적을 하나 달래서 얻어 갔다. 이상하게 여긴 집주인이 뒤쫓았다.
거지 아이들이 수표교 다리 밑으로 시체를 휙 던져 버리고 갔다. 다리 밑에 숨어 있던 광문이가 거적으로 그 시체를 둘둘 말아 어깨에 둘레 메고 서대문 밖 공동묘지를 가서 묻어 주고 구슬피 울었다. 거지 아이들과 광문이의 성격이 대비되는 장면이다. 거지 아이들이 매정하고 비정한 것과 비교하여 광문이는 의리가 있고, 따뜻한 성품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집주인은 광문이를 붙들고 어떤 영문인지 캐물었다. 광문이는 예전에 했던 일과 어제 했던 일을 낱낱이 다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집주인은 광문이가 참 의리가 있고 진실된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광문이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좋은 옷으로 갈아입히고 음식도 주고 잠자리도 내주는 등 아주 잘해 주었다. 그러고는 마침내 약방을 하는 부잣집에 추천하여 점원이 되게 해 주었다. (생략)
집주인이 광문이를 집으로 데리고 보실 피고, 약국 부잣집에 추천했다는 것은, 집주인이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광문이가 약방에 들어가 일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주인 부자가 약방 문을 나서려다 자꾸만 멈칫거리며 뒤를 돌아보더니만, 결국 다시 들어와 금고의 자물쇠가 제대로 잠겼는지 살폈다. 그러고는 다시 밖으로 나가면서도 계속 찜찜해하는 눈치였다.
얼마 뒤 돌아와 방 안의 금고를 실피던 주인은 깜짝 놀라더니 광문이를 뚫어져라 쏘아보았다. 그러면서 무어라 말하려다가는, 발갛게 얼굴빛만 변한 채 그만두었다.
광문이는 주인이 왜 그러는지 영문을 모른 채, 날마다 묵묵히 자기 일만 하였다. (생략)
약방 부자는 광문이 돈을 훔쳤을 것이라고 의심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왜 그러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광문이는 묵묵히 일만 하고 있다. 광문이의 성품이 우직하고 성실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며칠 후에 부자의 처조카가 찾아와 ‘급한 마음에 이모부님 허락도 없이 방에 들어가 돈을 꺼내 갔다’는 것을 알렸다. 약방 주인은 광문이에게 몹시 부끄러워하며 의심했던 것을 사과하였다. 약방 부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긍정적인 사람이다.
그때부터 약방 부자는 모든 친구며 다른 부자나 큰 장사꾼들을 만나면 광문이야말로 의리 있는 젊은이라고 칭찬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왕의 친척 집에 드나드는 손님들이며 높은 벼슬아치를 섬기는 사람들에도 침이 마르도록 광문이를 칭찬했다.(생략)
몇 달이 못 되어, 양반네들 대부분은 광문이가 세상에서 보기 드물게 정직한 사람이라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당시 한양 사람들은 광문이에게 맨 처음 잘 대해 준 집주인을 사람 볼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칭찬했으며, 약방 부자는 더욱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하였다. (생략)
고리대금업을 하는 사람들도 '광문이가 보증을 서 주기만 하면 아무런 물건을 잡히지 않아도 한 번에 천 냥씩이나 선뜻 내주었다’. 광문이의 신용이 얼마 만큼 높아진 것인가를 알 수 있다.. 광문이는 ‘아주 못생긴 데다 남을 사로잡을 만한 말주변도 없었다. 게다가 입은 얼마나 큰지 두 주먹을 함께 넣어도 될 만하였다.’ 광문이에 대한 신뢰는 외모나 말솜씨 때문이 아니라 광문이의 신의 있는 행동 때문인 것이다.
광문이는 길을 가다가, 싸우는 사람을 만나면 자기도 옷을 풀어헤치고 함께 싸울 것처럼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무어라 중얼중얼하며 몸을 구부려 땅에 금을 긋고 누가 옳고 그른지 판정하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모두 웃음보를 터뜨렸고, 결국엔 싸우던 것을 잊어버린 채 껄껄 웃으며 흩어지곤 하였다. (생략)
광문이는 우스꽝스럽고 해학적인 모습으로 싸움을 말렸다. 광문이는 누구의 편을 들거나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공평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면서 싸움을 말리고 있다.
광문이는 나이 마흔이 넘도록 장가를 가지 못했다. 그래서 머리를 땋고 다녔다. 사람들이 장가를 가라고 권하면 “누구나 얼굴이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지요. 남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런데 나는 못생겨서 남의 마음에 들 수가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남성 중심의 조선에서 ‘여자도 똑같다’ 것으로 광문이 여자를 어떻게 보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누가 집을 마련하라고 권하면 “한양의 집이 팔만 채나 되니, 제가 매일 옮겨 가며 잠을 잔다 한들 평생을 걸려오 다 거칠 수는 없을 거예요.”라고 한다. 광문이 재물에도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즉 부귀영화나 공명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이다.
한양의 유명한 기생은 아무리 곱고 정숙하고 예뻐도, 광문이가 기생의 노래에 소리를 맞추어 함께 불러주지 않으면 그 가치가 한 푼어치도 나가지 않았다.
어느 날 왕궁을 지키는 호위병들과 대궐 안의 별감들, 임금의 사위인 부마도위의 하인들이 호화로운 차림으로 함께 운심이를 찾아갔다. 운심이는 소문난 기생이었다. 사람들은 마루 위에 술상을 차리고 가야금을 뜯으며 운심이에게 춤을 추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운심이는 일부러 자꾸 시간만 늦추었다. 흥이 나지 않아 춤추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 소문을 들은 광문이가 운심이의 집에 들렀다. 광문이는 대청마루 아래에서 서성이더니 곧장 술자리에 나아가 제일 윗자리에 앉았다. (생략)
그제야 흥이 난 운심이가 사뿐히 일어나 옷을 고쳐 입고 광문이를 위해 칼춤을 추는 것이었다. 술자리의 모든 사람도 흥이 나서 기쁨을 누렸다. (생략)
술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광문이를 두들겨 패 내쫓으려 하였으나 광문이의 성품과 내면을 알아보는 운심이로 인해 그 자리가 즐거울 수 있었다.
「광문자전」은 광문이의 일화를 통해 광문이의 성품을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광문이는 올바른 성품을 지닌 인물 즉 교훈을 주는 인물이다. 즉 신의가 있고, 성실하며 정직하다. 다른 사람에 대해 애정과 연민을 가지고 있으며, 여성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역지사지하는 인물이다. 조선 후기는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이다. 작가 박지원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물상을 제시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겉모습이나 지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의가 있고 성실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원은 광문이를 통해 부귀영화와 공명만을 추구하면서 위선적 모습을 보이는 관료와 사대부들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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