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은 1979년 박완서 작가의 단편 동화이다. 1970년대는 산업화로 도시화가 한창 진행되는 시기이다. 산골 소년 한뫼가 수학여행 후 도시를 경험하고 겪는 갈등과 한뫼의 생각이 변화과정을 통해 도시와 산골을 차이를 이해하고 말하고 듣기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목 차
1. 닭을 죽이려는 한뫼
2. 문 선생님과 대화
3.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
1. 닭을 죽이려는 한뫼
5, 6학년 담임이 된 문 선생님은 6학년 아이들에게 닭을 나누어 주었다. 닭을 나누어 주는 일은 이 학교 5년째 계속하는 일이다. 문 선생님이 산골 초등학교에 부임해 온 지도 5년 되었다는 의미다. 아이들은 문 선생님이 나누어 준 닭을 키워 스스로 수학여행 경비를 마련하였다. 봄뫼는 오빠 한뫼가 만들어 놓은 닭장에 닭을 넣었다. 2년 전 오빠 한뫼가 꼬박꼬박 모으던 달걀을 훔쳐서 삶아 먹고 들켜 알밤을 얻어맞고 굴뚝 모퉁이에서 울고 짜곤 했다.
봄뫼는 닭장을 깨끗이 치우고 두 마리의 암탉을 넣어 놓고 오빠를 기다렸다. 오빠에게 닭을 기르는 법도 배우고, 자랑도 하고, 달걀을 훔쳐먹으면 가만 안 둘 거라고 엄포를 놓을 생각에서였다.
“오빠, 나 오늘 암탉 타 왔다,”
봄뫼의 어리광 섞인 보고에 한뫼는 대답이 없습니다. 닭장 쪽을 거들떠도 안 봅니다. 아마 학교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나 보다고 생각하면서도 봄뫼는 섭섭합니다.
“오빠 내 달걀 훔쳐먹으면 가만 안 둘 거다, 알았지?”
“닭째 훔쳐 먹으면?”
뜻밖의 대답에 봄뫼는 깜짝 놀랍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말을 하는 한뫼의 태도입니다. 조금도 농담을 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반장 노릇할 때처럼 늠름하면서도 어딘지 쓸쓸해 보입니다.(생략)
그날 밤 한뫼는 암탉의 날갯죽지를 잡고 서 있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같은 행동을 하며 닭을 잡아먹을 것 같았다. 봄뫼는 그 사실을 문 선생님과 의논하였다..
그날 문 선생님은 마치 닭장수처럼 닭을 서른 마리씩이나 처넣은 커다란 닭장을 자전거 꽁무니에 싣고 가파른 고개를 오르다가 한뫼를 만났습니다.
“너 잘 만났다. 자전거 꽁무니 좀 밀어라.”
여느 때 같으면 밀라고 할 때까지 있을 한뫼가 아닙니다. 그러나 무슨 급한 볼일을 보러 가고 잇던 모양으로 고개만 꾸벅하고 길가로 비켜서려는 한뫼에게 문 선생님은 그렇게 부탁을 한 것입니다. (생략)
한뫼도 닭을 키워서 그 돈으로 수학여행을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봄뫼의 암탉을 죽이려 한다. 그 태도가 너무 당당하다는 것은 무슨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추측하게 한다. 문 선생님을 대하는 한뫼의 태도도 다른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뫼는 반장인 데다 예의 바르고 모범생이다. 그런 한뫼가 왜 봄뫼의 닭을 죽이려 하는 것일까?
2. 문 선생님과의 대화
문 선생님은 수업이 파한 후 읍으로 가는 길에 있는 제일 높은 고개에서 한뫼를 기다렸다. 한뫼는 어둑어둑 해질 무렵 고개 아래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 선생님은 한뫼가 고개를 다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렇게 말을 시켰습니다. 한뫼가 말없이 문 선생님 곁에 앉았습니다.
“이번 공일에 선생님하고 읍내로 같이 통닭 먹으러 갈래?”
“봄뫼가 선생님께 일러바쳤군요?”
“그래, 선생님은 다 안단다. 그렇지만 봄뫼를 나무라진 말아라.”
“네, 염려하지 마세요.” (생략)
선생님이 한뫼에게 ‘통닭 먹으러 가자’고 하는 말을 통해 한뫼가 통닭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 선생님은 한뫼의 취향을 고려하여 대화를 이끌어 가려고 하고 있다. 한뫼는 “봄뫼가 선생님께 일러바쳤군요?”라는 말로 선생님의 의도를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한뫼는 “네, 염려하지 마세요.”라는 말로 봄뫼를 혼낼까 봐 걱정하는 선생님을 배려하고 있다.
“선생님, 저 그 암탉을 죽여 버리고 싶어요. 먹어 버리고 싶은 게 아니라 죽여 버리고 싶어요.”라는 말은 한뫼가 암탉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선생님은 그런 한뫼를 나무라지 않고 “왜?”하고 이유를 물어봤다. 선생님은 과격하게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는 한뫼의 말을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끝까지 경청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서 한뫼가 자기의 속마음을 드러내게 하고 있다.
“봄뫼가 도시로 여행 가는 것을 못 하게 하고 싶어요. 꼭 도시 구경을 하고 싶다면 낟알을 팔아 보낼 수도 있어요. 닭을 길러 달걀을 팔아 노자 삼는 일만은 막아야 해요.” (생략)
한뫼는 닭이 싫은 것이 아니라 닭을 팔아서 수학여행을 가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뫼도 달걀을 팔아서 수학여행을 갈 수 있었다.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키우던 닭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무엇이 네 마음을 변하게 했는지 말해 줄 수 없겠니?”
“민박한 집에서 본 텔레비전이 문제였어요.”
“텔레비전? 난 또 모라고.”
문 선생님은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웃지 마세요, 선생님.” (생략)
문 선생님은 한뫼의 의도를 잘못 파악하고, 웃음으로써 한뫼를 기분 상하게 하였다. 한뫼는 진지한데 문 선생님이 웃은 것은 한뫼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아 그런 실수한 것이다.
한뫼는 텔레비전에서 하는 쇼를 보고 도시에 대한 한뫼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자리에서 달걀을 백서른 개나 먹는 아저씨도 보았어요. 그 아저씨는 어찌나 달걀을 빠르게 먹던지 옆에서 깨뜨려 주는 사람이 미처 못 당할 정도였어요. (중략) 백 개를 넘게 먹고 나서부터 삼키기가 괴로운지 계란 흰자위는 입아귀로 줄줄 흘리면서 목을 괴롭게 빼고는 억지로 먹더군요. 민박 한 집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재미나하는데,, 이상하게 울고 싶었어요.”
한뫼는 수학 여행할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정성스럽게 모은 소중한 달걀이다. 동생 봄뫼가 ‘서럽게 훌쩍이건 말건’ 쥐어박으며 모은 것이다. 아마도 한뫼는 수학여행을 갈 설렘으로 동생들이 달걀을 먹고 싶어 한다는 것쯤을 모른 척할 정도로 달걀이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달걀이 도시 사람들한테 마구 천대받고 웃음거리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뫼는 ‘꼭 제가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처럼 분한 생각이 들었다. 달걀한테 들은 정성과 그동안의 세월까지 아울러 무시당했다.’는 생각을 했다.
달걀을 천대하는 것을 구경하며 손뼉 치고 깔깔대던 도시의 아이, 어른, 모든 사람에 대한 앙갚음을 위해서 저는 부모님이 힘겨워하시는 것을 못 본 척 중학교에 갔는지도 몰라요.(생략)
한뫼는 가난한 처지에서 도시에 복수하기 위해 중학교에 진학을 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3.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
문 선생님은 “그거 참 좋은 생각이구나.” 하며 한뫼의 생각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여 줌으로써 한뫼를 기분 좋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이라고 한뫼의 생각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였다.
'어둠이 썰물처럼 빠르게 계곡을 채우고 두 사람의 발밑에서 넘실댑니다. 봄밤의 어둠은 부드러울뿐더러 향기롭습니다.' 감각적인 표현과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여 서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시간적 배경인 봄밤의 정서를 실감 나게 느끼게 한다.
“선생님까지 결국 절 업신여기시는군요.”.”
한뫼가 일어섰다. 어둠 때문일까. 한뫼는 의젓해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퍽 쓸쓸해 보였다. 문 선생님도 따라 일어서서 한뫼의 어깨를 안아 토닥거리며 다시 앉혔다.
“그렇지만 여행하는 사람이 바뀐 거야. 금년엔 우리 반 아이들이 도시로 여행하는 게 아니라 우 반 아이들이 도시 아이들을 초청하는 거야.. 우리가 여비까지 부담해 가면서 말야.” (생략)
도시의 아이들을 초청하자는 문 선생님의 제안에 한뫼는 회의적 태도를 보인다. 문 선생님은 도시아이들에게 달걀의 가치를 보여 주자고 한다. 그러나 한뫼는 도시와 비교해 시골은 가치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도시 아이들을 부를 건 없잖아요. 우린 도시에서 달걀만 본 게 아니라 별의별 걸 다 보았는데, 이 두메에 뭐가 있다고……”
“이 두메에 없는 것이 뭐 있니? 나는 도시 사람들이 달걀을 업신여기는 것보다 네가 우리가 가진 것을 업신여기는 것이 더 섭섭하다.”
“도시엔 문명이 있어요.”
“두메엔 자연이 있다.”(생략)
도시와 두메의 특성을 대조를 통해 설명하여 이해를 더 쉽게 할 수 있다.
“우리 마음속에 시골뜨기보다 서울뜨기가 더 잘났단 마음이 있으면 걔네들은 으스댈 테고, 시골뜨기나 서울뜨기나 각각 길들인 환경이 다를 뿐 어느 쪽이 못나거나 잘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으면 결코 걔네들은 으스대지 못할 거다.”(생략)
문 선생님은 시골이나 서울이나 어느 쪽이 더 나은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한뫼의 생각을 반박하고 있다. 한 뫼가 도시에는 ‘어린이의 낙원’이란 공원이 있다고 말하자 어린이의 낙원은 진짜가 아닌 ‘자연을 흉내 낸 것’이기 때문에 진짜만 못하다고 하셨다. 도시에는 분수가 있는 반면에 두메에는 선녀 폭포가 있다. 분수는 며칠만 계속 보면 시들해지지만,, 선녀 폭포는 물이 마를 염려 없이 한결같이 흐르면서 매일 봐도 새롭게 가슴이 울렁거리게 한다.
“하긴 그래요. 분수가 신기하긴 했지만 선녀 폭포를 볼 때처럼 가슴이 울렁대고 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진 않았어요.”(생략)
한뫼는 문 선생님의 말을 인정하면서 의견의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도시에는 동물원이 있지만 두메에 있는 동물들에게는 자유가 있다. 도시에서는 낮에 과학관에 가야만 별을 볼 수 있지만, 두메에서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볼 수 있다. 문 선생님은 도시에는 문명의 이기가 사람 사는 것을 돕고 있지만, 토끼풀, 괭이밥 하고 헛갈리고 밤나무와 떡갈나무를 모르는 것도, 똑같이 무식한 거니까 두메의 아이들이 주눅 들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도시아이들을 초청해서 자연을 알려 주자고 한다. 이것이 ‘달걀을 달걀로 갚는 것’이라는 거다.
한뫼는 더 이상 말대답을 하지 않고 선생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선생님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달덩이처럼 환합니다.
“인석아, 왜 그렇게 쳐다봐? 선생님 얼굴에 뭐 묻었냐?”
“아뇨,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선생님의 얼굴을 마음속에 새겨 두려고요.” (생략)
한뫼의 태도가 변했다. 그 이유는 한뫼와 문 선생님이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의 의미를 공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뫼의 생각과 문 선생님의 생각 차이가 좁아지면서 만족스러운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서로 생각의 차이를 좁히고 만족하는 합의 점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문 선생님의 말하기 태도가 좋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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