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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논술

사랑 손님과 어머니

by 연채움 2024.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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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손님과 어머니』는 6살 옥희의 눈을 통해 보는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감정의 변화와 갈등을 그려낸다. 사랑이란 감정이 6살 아이의 눈을 통해 보이기 때문에 더욱 순수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유학적 풍습이 습관처럼 남아 있어, 모정과 사랑사이에 갈등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1. 시점과 서술자

 

   시점은 소설의 진행이 어떤 인물의 눈을 통해 보는가 하는 관찰의 각도와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서술자는 작가가 아니라 작가가 만들어 낸 대리인이다. 서술자의 관점에 따라 이야기의 서술 방식과 효과가 다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은 주인공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작품 속의 ‘나’가 주인공이자 서술자이다. 주동 인물의 내면세계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인물과 독자와의 심리적 거리가 가깝다. 서간체 소설이나 사소설, 심리 소설 등에 주로 쓰인다.
   1인칭 관찰자 시점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부수적인 인물인 ‘나’가 주인공을 이야기하는 시점이다. ‘나’는 관찰자이며 인물의 초점은 주인공에게 있다. ‘나’의 눈에 비친 외부세계만을 다룰 수 있는 제한이 있다. ‘나’가 주인공을 묘사하고 그 행동에 대해 언급한다. 주인공의 내면을 숨김으로써 극적 긴장과 재미를 만들어 낸다.
작가 관찰자 시점은 서술자가 외부 관찰자의 위에서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점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 또는 3인칭 제한적 시점이라고 한다. 서술자는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사실만 관찰하고 묘사한다. 현대 사실주의 소설에서 많이 쓰였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작품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가 마치 신처럼 모든 것을 알고 사건 전개를 서술하는 시점이다. 서술자가 전지적 위치에서 작중 인물의 심리 상태, 행동의 동기 등을 해석하고 분석하여 서술한다. 작가의 사상과 인생관이 직접 드러난다. 고전 소설은 대부분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2. 옥희 시점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관찰자인 ‘나’는 이제 막 여섯 살이 된 옥희이다. 옥희의 어머니는 스물네 살 과부이다.  아버지는 옥희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 옥희 어머니는 장롱 속에서 옥희 몰래 아버지의 사진을 꺼내 보기도 한다. 사건의 갈등은 큰 외삼촌의 친구이자 아버지의 친구분이 사랑방에 살게 되면서 시작된다. 옥희는 그 사랑 손님이 계시게 된 것이 즐거웠다. 옥희는 첫날부터 퍽 고맙게 구는 아저씨가 마음에 들었다. 사랑 손님이 삶은 달걀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옥희 어머니는 달걀을 삶아서 사랑 손님 상에 올렸다. 사랑손님은 그 달걀을 책상 서랍에 넣었다가 옥희에게 주었다.

 
“우리 유치원에 있는 풍금이 이것과 꼭 같은데 무얼. 그럼 엄마두 풍금 탈 줄 아우?”
하고 나는 물었습니다. 그것은 내개 이때껏 한 번도 어머니가 이 풍금 앞에 앉은 것을 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아무 대답도 아니하십니다.
“엄마, 이 풍금 좀 타봐!”
하고 재촉을 하니까 어머니 얼굴은 약간 흐려지면서,
“그 풍금은 너이 아버지가 날 사다 주신 거란다. 너이 아버지 돌아가신 후에는 그 풍금은 이때까지 뚜껑두 한 번 안 열어 보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풍금의 뚜껑처럼 어머니의 마음도 굳게 닫혀 있었다. 옥희가 사랑에 가면 아저씨는 옥희에게 어머니에 대해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았다. 이런 것으로 보아 사랑손님이 옥희 어머니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대문까지 와서,
“난 아저씨가 우리 아빠래문 좋겠다.”
하고 불쑥 말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져서 나를 몹시 흔들면서,
“그런 소리 하문 못써.”
하고 말하는데, 그 목소리가 몹시도 떨렸습니다. 나는 아저씨가 몹시 성이 난 것처럼 보여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생략)
 
“옥희야.”
하고 부드럽게 부르는 어머니 목소리가 들리었습니다. 나는 얼른 안으로 뛰어들어오면서 돌아다보니까 아저씨는 또 빨갛게 성이 났겠지요. (생략)
 

‘그 목소리가 몹시도 떨렸습니다’ , ‘빨갛게 성이 난’ 장면에서 독자는 아저씨가 어머니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6살 옥희의 눈에는 성이 난 것으로 보였다. 관찰자의 순진한 해석이 틀릴수록 독자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이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6살 옥희의 눈으로 어머니와 아저씨를 보고 서술하게 한 이유이다
옥희는 유치원에서 선생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꽃병에서 꽃을 가져다가 “응, 이 꽃! 저, 사랑 아저씨가 엄마 갖다 주라고 줘.” 하면서 어머니에게 줬다. 어머니는 그 꽃을 찬송가 책갈피에 곱게 끼워 두었다.

 
풍금 소리!
그 풍금 소리는 분명 안방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풍금을 타나부다.”
하고 나는 벌떡 일어나서 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음력으로 보름께나 되어서 달이 낮같이 밝은데 은빛 같은 흰 달빛이 방 안 절반 가득히 차 있었습니다. 나는 그 흰옷을 입은 어머니가 풍금 앞에서 고요히 풍금을 타는 것을 보았습니다. (생략)
 

달빛 아래에서 풍금을 타는 어머니의 손끝을 따라 어머니의 마음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풍금의 뚜껑이 열리는 것은 어머니의 마음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머니의 새하얀 두 뺨에 위로 쉴 새 없이 두 줄기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참 동안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참 후에,
“옥희야, 너 하나문 그뿐이다.”
“엄마”
어머니는 다시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생략)
 

어머니는 옥희에게 말하면서 마음의 갈등을 다잡으려고 하고 있다.

 
“옥희, 이거 갖다가 엄마 드리고 지나간 달 밥값이라구, 응.”
나는 그 봉투를 갖다가 어머니에게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그 봉투를 받아 들자 갑자기 얼굴이 파랗게 질렸습니다. 그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았을 때보다도 더 새하얗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봉투를 들고 어쩔 줄을 모르는 듯이 초조한 빛이 나타났습니다. (생략)
 
그러나 그것도 잠깐, 다시 어머니는 무엇에 놀랐는지 흠칫하더니 금시에 얼굴이 다시 새하얘지고 입술이 바르르 떨렸습니다. 어머니의 손을 바라다보니 거기에는 지전 몇 장 외에 네모로 접은 하얀 종이가 한 장 잡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한참을 망설이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무슨 결심을 한 듯이 입술을 악물고 그 종이를 차근차근 쳐들고 그 안에 쓰인 글을 읽었습니다. 나는 그 안에 무슨 글이 씌어 있는지 알 도리가 없었으나 어머니는 그 글을 읽으면서 금시에 얼굴이 파랬다 발갰다 하고 그 종이를 든 손은 이제는 바들바들이 아니라 와들와들 떨리어서 그 종이가 부석부석 소리를 내게 되었습니다. (생략)
 

사랑손님의 편지를 받은 어머니의 갈등이 극에 달한 장면이다. 어머니는 마음의 갈등을 돌아가신 아버지의 옷들을 한 가지씩 들고 가만히 손바닥으로 쓸어 보고 장롱 안에 넣는 것으로 마음을 가두고 있다.

 
“옥희야, 옥희 아버지는 옥희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돌아가셨단다. 옥희두 아빠가 없는 건 아니지. 그저 일찍 돌아가셨지. 옥희가 이제 아버지를 새로 또 가지면 세상이 욕을 한단다. 사람들이 욕을 해. 옥희 어머니는 홰냥년이다, 이러구 세상이 욕을 해.” (생략)
 

『사랑손님과 어머니』는 1930년대에 쓴 작품이다. 여자의 재혼을 법으로 금지하지는 않지만, 여자의 재혼이 사회에서 너그럽지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았던 시대이다. 그런 사회 풍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손수건, 저 사랑 아저씨 손수건인데, 이것 아저씨 갖다 드리구와, 응. 오래 있지 말구 손수건만 갖다 드리구 이내 와, 응.”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손수건을 들고 사랑을 나가면서 나는 접어진 손수건 속에 무슨 발각발각하는 종이가 들어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마는 그것을 펴보지 않고 그냥 갖다가 아저씨에게 주었습니다. (생략)
 

아저씨는 기차를 타고 떠났다. 그리고 어머니는 열어두었던 풍금 뚜껑을 닫았다. 어머니는 더 이상 달걀을 사지 않았다. “이젠 달걀 안 사요. 달걀 먹는 이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얼굴이 옥희가 떼를 써볼 수 없게 새파래져 있었다. 옥희는 엄마가 ‘어디 아픈가 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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