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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논술

봄봄

by 연채움 202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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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특유의 해학적인 재미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 봄봄이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꼭두각시놀이나, 판소리의 정서가 김유정의 소설로 이어지고 있다.

 

1. 이야기 전개 과정

  이야기는 현재-회상-현재로 진행된다. 현재 는 장인님과 싸우고 쫓겨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눈물까지 흘리며 콩밭으로 일하러 나와서 싸운 이유와 과정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어제도 배가 아프다고 논둑에 드러누웠다가 장인님에게 멱살을 잡히고 뺨을 맞았다. 그 비슷한 일이 작년에도 있었다. 본격적인 갈등은 그 전날부터 시작된다. ‘가 장인님에게 강하게 성례를 시켜달라고 대거리를 할 용기를 낸 것은 점순이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 이맘때도 트집을 좀 하니까 늦잠 잔다고 돌멩이를 집어던져서 자는 놈의 발목을 삐게 해 놨다. 사나흘씩이나 건성 끙끙 앓았더니 종당에는 거반 울상이 되지 않았던가.

, 그만 일어나 일 좀 해라. 그래야 올갈에 벼 잘되면 너 장가들지 않니.”

그래 구가 번쩍 뜨여서 그날로 일어나서 남이 이틀 품 들일 논을 혼자 삶아 놓으니까 장인님도 눈이 커다랗게 놀랐다. 볏섬을 척척 들여쌓아도 다른 소리는 없고 물동이를 이고 들어오는 점순이를 담배통으로 가리키며,

이 자식아, 미처 커야지 저걸 데리구 무슨 혼인을 한다구 그러니 원!”

하고 남 낯짝만 붉혀 주고 그만이다.(생략)

 

  점순이 키를 눈어림으로 재어 보고, “제에미 키도라고 말한다, 물동이 때문에 키가 크지 않는가 하여 물동이를 들어주기도 하고, 서낭당에 돌을 올려놓고 치성을 드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점순이 키는 위로는 크지 않고 옆으로만 컸다.

 

2. 점순이의 변화

  '나'가 일 하는 곳에 점심을 이고 온 점순이가 '나' 들으라는 듯 말하였다.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하고 혼자서 쫑알거린다. 고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가 있는가 싶어서 나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떡해?”

하니까,

“성례시켜 달라지 뭘 어떡해.”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발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질을 친다.(생략)

 

  ‘는 부쩍 자란 점순이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장인님과 구장님을 찾아갔다.

 

, 성례구 뭐구 계집애년 미처 자라야 할게 아닌가?”

하니까 그만 멀쑤룩해서 입맛만 쩍쩍 다실 분이 아닌가.

“그것두 그래!”

그래 거진 사 년 동안에도 안 자랐다니 그 킨 언제 자라나유? 다 그만두구 사경 내슈…….”

글쎄, 이 자식아! 내가 크질 말라구 그랬니, 왜 날 보구 떼냐?”

빙모님은 참새만 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애를 낳지유?”(생략)

 

  점순이 키가 크지 않는 것은 나이가 어려서가 아니라 유전적 요인 때문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면이라는 말에는 물리적인 키가 크다는 뜻도 있지만 나이를 먹다라는 뜻도 있다. 성례를 하는 것은 나이가 차면 하는 것이다. 봉필이 장인님이 일부러 억지를 부린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장인님이 코를 푸는 척하고 팔꿈치로 의 옆 갈비께를 치고, ‘도 종아리의 파리를 쫓는 척 허리를 구부리며 장인님의 궁둥이를 떠미는 행동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것이 김유정 특유의 해학적 재미를 느끼게 한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구장님한테 갔다 그냥 온담 그래!”

하고 엊그제 산에서와 같이 되우 쫑알거린다. 딴은 내가 더 단단히 덤비지 않고 만 것이 좀 어리석었다. 속으로 그랬다.

나도 저쪽 벽을 향하여 외면하면서 내 말로

안 된다는 걸 그럼 어떡헌담!”

하니까

수염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생략)

 

사실 이때만치 슬펐던 일이 또 있었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은 암만 못생겼다 해도 괜찮지만 내 아내 될 점순이가 병신으로 본다면 참 신세는 따분하다. 밥을 먹은 뒤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가려하다 도로 벗어던지고 바깥마당 공석 위에 드러누워서 나는 차라리 죽느니만 같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일 안 하면 장인님 저는 나이가 먹어 못 하고 결국 농사를 못 짓고 만다. 뒷짐으로 트림을 꿀꺽하고 대문 밖으로 나오다 날 보고서,

이 자식, 왜 또 이러니?”

관격이 났어유, 아이구 배야!”(생략)

 

  아픈 것을 눈을 꽉 감고 넌 해라 난 재밌단 듯이 있었으나 볼기짝을 후려 갈길 적에는 나도 모르는 결에 벌떡 일어나서 그 수염을 잡아챘다마는 내 골이 난 것이 아니라 정말은 아까부터 부엌 뒤 울타리 구멍으로 점순이가 우리들의 꼴을 몰래 엿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장인님이 헐떡헐떡 기어서 올라오더니 내 바짓가랑이를 요렇게 노리고서 단박 움켜잡고 매달렸다. 악 소리를 지르고 나는 그만 세상이 다 팽그르르 도는 것이

빙장님! 빙장님! 빙장님!”(생략)

 

  ‘도 엉금엉금 기어가 장인님의 바짓가랑이를 꽉 움키고 잡아챘다. 점순이와 장모님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에구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내 귀를 뒤로 잡아당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았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 하게 해 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내려 조졌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하려 하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생략)

 

주인공 는 점순이가 의 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순이의 태도는 그렇지 않았다. 점순이의 태도를 보면서 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의 바보스러운 표정을 상상하고는 독자로서 웃어야 할지 안쓰러워해야 할지 모르는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올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말 말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 얼른 갈아라.”

하고 등을 뚜덕여 줄 사람이 누구냐.

나는 장인님이 너무나 고마워서 어느덧 눈물까지 났다. 점순이를 남기고 인젠 내쫓기려니, 하다 뜻밖의 말을 듣고,

빙장님! 인제 다시는 안 그러겠어유!”

이렇게 맹세를 하며 부랴사랴 지게를 지고 일터를 갔다.(생략)

 

  나가 점순이보다 열 살이 많으니까 는 스물여섯 살이다. 주인공 는 스물여섯이나 먹은 장정이다. 남들보다 힘도 세고 일도 잘한다. 그런 가 눈물까지 흘리며 콩밭으로 갔다. 주인공의 모습이 바보 같은 모습이 익살 스럽기까지 하다.

 

3. 올갈에 성례를 시켜 줄까?

장인님의 본명은 봉필이 이다. 조그만 아이들까지도 욕필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할 정도로 인심을 잃었다. 장인님 봉필이는 배 참봉 댁 마름이다.

 

장인님에게 닭 마리나 좀 보내지 않는다든가 애벌돈 때 품을 좀 안 준다든가 하면 그해 가을에는 영락없이 땅이 뚝뚝 떨어진다. 그러면 비리부터 돈도 먹이고 술도 먹이고 안달재신으로 돌아치던 놈이 그 땅을 슬쩍 돌라 안는다.(생략)

 

장인님의 인간적 성품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그가 내년에는 순순히 성례를 시켜 줄까?

 

우리 장인님 딸이 셋이 있는데 맏딸은 재작년 가을에 시집을 갔다.

정말은 시집을 간 것이 아니라 그 딸도 데릴사위를 해 가지고 있다가 내보 냈다.. 그런데 딸이 열 살 때부터 열아홉 즉 십 년 동안에 데일사위를 갈아들이기를, 동리에선 사위부자라고 이름이 났지마는 열네 놈이란 참 너무 많다.. 장인님이 아들은 없고 딸만 있는 고로 그 담 딸을 데일사위를 해 올 때까지는 부려 먹지 않으면 안 된다. (생략)

 

점순이는 둘째 딸인데 내가 이를테면 그 세 번째 데릴사위로 들어온 셈이다. 내 담으로 네 번째 놈이 들어올 것을 내가 일도 잘하고 그리고 사람이 좀 어수룩하니까 장인님이 잔뜩 붙들고 놓질 않는다. 셋째 딸이 인제 여섯 살, 적어도 열 살은 돼야 데릴사위를 할 테므로 그동안 죽도록 부려 먹어야 된다.(생략)

 

뭉태의 말대로라면 여섯 살인 셋째 딸이 열 살이 되려면 아직은 사 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는 삼 년 하고 꼬박 일곱 달째 돈 한 푼 받지 않고 데릴사위로 일하고 있다. 그렇지만 4년 안에 장가를 들긴 어려워 보인다.  4년 후라면 의 나이는 서른이 된다.  '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눈물까지 흘리며 감사한다. 그 모습이 익살스럽고 해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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