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후논술

허생전 박지원

by 연채움 2024. 2. 23.
반응형

허생전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처음 부분은 책만 읽던 선비의 무능을, 가운데 부분은 허생이 장사를 통해 보여 주는 조선의 경제 구조를, 후반부는 북벌을 주장하는 것이 허구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1. 남산골 선비

  허생은 남산 밑 묵적동에 살았다. 선비 허생의 집은 비바람을 가리지 못할 정도이었으며, 아내가 바느질하여 겨우 먹고살았다..

 

하루는 그의 아내가 너무도 굶주린 나머지, 훌쩍훌쩍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은 평생토록 과거 시험도 보지 않고 있어요. 이러려면 무엇하러 글을 읽으시는 거예요?”

공장의 일을 하고 싶어도, 애초부터 배우지 못했으니 어찌할 수 있겠소?”

그럼, 장사치 노릇이라도 하셔야죠.”

장사치 노릇도 밑천 없이 어찌할 수 있겠소?”

 

  허생의 아내는 밤낮으로 글을 읽었다는 것이, 겨우 어찌할 수 있겠소?’ 이 말만 배웠나 보구려라고 말한다. 이는 당시 양반이라고 말하는 선비들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남산 밑에는 가난한 선비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 남산은 한양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한양을 바라보며 과거 준비하는 가난한 선비들이 모여 살았다.

 

아아, 애석하다. 내 애초 글 읽기를 시작할 때는, 십 년을 채우려고 했더니만, 이제 겨우 칠 년 만에 그만두는구나.”

 

  허생의 아내를 탓하는 듯이 말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선비 허생이 얼마나 책임감이 없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2. 장사는 천한 것일까?

  집을 나온 허생은 한양에서 누가 제일 부자인지를 물어 그 집을 찾아갔다.

 

변 씨를 만나자 허생이 공손히 예의를 갖추고는 말하였다.

우리 집이 가난한데, 내가 조금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소. 그대한테 만 냥만 빌렸으면 하오.”

변 씨는

그러지요.”

하고는 곧 만 냥을 내주었다. 허생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어디론지 가 버렸다.

 

  만 냥을 빌린 허생은 안성으로 가서 과일을 모두 두 배 값을 주고 모두 사들였다. 허생이 과일을 모두 사들이자 사람들은 제사를 치를 수가 없었다. 얼마 안 가서 허생에게 두 배 값을 받고 판 장사꾼들은 열 배 값을 주고 다시 사야 했다.

 

어허, 겨우 만 냥으로 온 나라를 흔들 수 있다니, 이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얕은지 알 만하구나.”

허생은 그 돈으로 칼과 호미, 베와 솜 등을 사 가지고 제주도로 건너갔다. 거기에서 말총을 모두 사들이며 말하였다.

몇 해 가지 않아서, 온 나라 사람들이 머리를 묶어 상투를 틀 수 없겠지.”

말총은 망건의 재료였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망건값이 열 배나 뛰었다.

 

  조선 사회에서 제사는 효를 의미한다. 살아계신 부모에게는 불효할지라도 제사는 격식에 맞추어 지내야 하는 것이 조선 사회이었다. 또한, 망건은 조선 선비의 상징이기도 하다. 허생은 조선의 허례허식과 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내 보여 주고 있다. 박지원은 허생을 통해서 조선이 장사를 천시하고 체면 만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를 비판하고 있다.

 

허생은 변산 지방 도둑들 소굴을 찾아갔다.

땅이 있고, 마누라가 있다면 무엇하러 도둑질을 하겠소?”

그렇다면 왜 아내를 얻고 집을 세우고 소를 사서 농사지으며 살지 않고, 그럼 도둑놈이란 말도 듣지 않고, 집안 살림살이에서는 부부간의 즐거움을 누릴 것이며, 아무리 밖으로 나다녀도 체포당할 걱정 없이 오래도록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 아니오?”

그걸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돈이 없어 못할 뿐이지.”(생략)

 

  변산은 방장산이나 봉래산 같은 삼신산이라 불릴 만큼 풍광이 빼어나다. 그래서 변산을 배경으로 하는 한시 작품들이 많다. 넓은 평야 지대를 가지고 있다. 그런 곳에 도둑들이 모여 있었다. 도둑이 된 이유는 그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단지 농사지을 농토가 없고,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이 도둑이 된 이유는 사회구조의 잘못 때문인 것이다. 허생은 도둑들에게 질 수 있는 만큼 돈을 가지고 가서 소 한 마리와 여자를 데리고 오라고 하였다. 백 냥씩 가지고 간 도둑들은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다 돌아왔다. 허생은 도둑들을 데리고 섬으로 들어가 농사를 지어 남은 곡식을 일본 장기에 가서 팔아 백만 냥을 벌었다.

 

자식이 태어나거든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도록 가르치고, 먹을 때면 하루라도 먼저 태어난 사람에게 양보하게 하여라.”

허생은 배 한 척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조리 불사르고 말하였다.

가는 사람이 없으면 오는 사람도 없을 게야.”

또 오십만 냥을 바닷속에 던지면서 말하였다.
바다가 마르면 갖는 사람이 있겠지. 백만 냥은 나라에서도 다 쓰지 못하는데, 하물며 이런 작은 섬에서야 무엇에 쓰라!”

이어 글을 아는 자들을 모두 배에 태워 데리고 나왔다. (생략)

 

  허생은 나라 안을 두루 다니며 가난한 자들을 도와주고 십만 냥이 남았다. 허생은 십만 냥을 변 씨에게 갚았다. 원금의 십 분의 일만 이자로 받겠다는 변 씨에게 허생은 어찌하여 나를 장사치로 보시오?”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남산 밑 오막살이 집으로 돌아갔다.

 

3. 북벌이 뭐예요?

밤은 짧은데 말이 장황하여 듣기에 매우 지루하고. 당신은 지금 무슨 벼슬을 하고 있소?”

대장이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신임을 받는 신하로군. 내가 와룡 선생 제갈량 같은 인물을 추천할 테니 그대가 임금께 아뢰어 삼고초려하시게 할 수 있겠소?”

이 대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다 대답하였다.

그건 어렵습니다. 두 번째 계책을 들려주십시오.”.”

명나라 장병들이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준 은혜가 있다.’고 하여 명나라가 망한 후에 그 자손들 가운데 우리 조선 땅으로 건너온 사람이 많소. 모두 홀아비 신세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고 있소. 그대가 조정에 요청하여 왕족의 딸들을 이들에게 골고루 시집보내게 하고, 높은 벼슬아치의 집들을 빼앗아서 그 사람들이 살게 할 수 있겠소?”

이 대장은 또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말하였다.

어렵습니다.” (생략)

 

우리 젊은이들을 잘 골라 머리를 깎아 되놈처럼 변발을 시키고 되놈 옷을 입힌 다음, 선비들은 외국인을 위한 과거 시험에 응시하고, 평민들은 멀리 강남 지방에 가 장사를 하게 하시오. 그런 다음 저들의 모든 상황을 엿보면서 그 땅의 호걸들과 사귀게 하시오. 이렇게 저들의 허실을 염탐한다면 반드시 저들을 이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요. 그리되면 우리나라가 마침내 천하를 지배하고 병자호란의 치욕도 씻게 될 거요.”(생략)

 

이 대장은 매우 난감한 표정으로 멍하니 있다가 입을 떼었다.

사대부들은 모두 예절과 법도를 끔찍하게 알아서 지키고 있는데, 어느 누가 머리를 깎아 변발을 하고 오랑캐 옷을 입으려 하겠습니까?”(생략)

 

너희는 청나라가 멸망시킨 명나라를 위해 원수를 갚자면서 그까짓 머리카락 하나도 아까워하고, 이제 말달려 칼 던지기, 창 찌르기, 활쏘기에 돌팔매질까지 해야 할 판에, 그 거추장스러운 넓은 소매를 바꾸지 않겠다고? 그딴 게 예법이냐?” 내가 세 가지 방법을 일러 주었으나 너는 한 가지도 실천하지 못한다고 했다.(생략)

 

북벌, 청을 치겠다는 것이 조선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명나라의 원수를 갚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진심이 아니라, 말뿐 인 거 아니냐?’하고 묻고 있다. 조선은 과거 시험 통해서 관리를 뽑았다. 그 과거 시험 과목이 유학이었기 때문에 조선의 선비들은 유학만을 공부하였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유학에서 말하는 예의범절은형식만 남아 사람들을 구속하고 하고 있다. 또한, 농업은 중시하고 상업을 천시함으로써 경제구조는 약해져 있고, 지키지도 않을 명분만 내세우는 위선자들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교 소빅스 전집 『허생전』 중심으로

728x90
반응형

'독후논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봄  (0) 2024.03.01
양반전 박지원  (1) 2024.02.26
하늘은 맑건만  (0) 2024.02.19
소를 줍다  (0) 2024.02.15
유충렬전  (2) 2024.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