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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논술

고무신

by 연채움 202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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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신은 오영수(1909~1979)의 작품으로 1949서울신문남이와 엿장수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후에 고무신으로 바뀌었다. 바다가 보이는 가난한 산기슭 마을과 봄이라는 계절을 배경으로 식모살이를 하는 남이와 엿장수 청년의 순수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고무신을 매개로 한,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은 갑자기 나타난 남이 아버지로 인해 안타까운 이별을 한다.

 

고무신

 

  ‘보리밭이랑에 모이를 줍는 낮 닭 울음만이 이따금씩 들려오는 고요한 이 마을에 올봄 접어들어 안타까운 이별이 있었다.’ 서두 부분에 앞으로 전개될 사건이 이별과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을 요약해서 제시해 주고 있다.

 

  바다와 시가지 일부가 한꺼번에 내다보이는, 지대가 높고, 귀환 동포가 누더기처럼 살고 있는 산기슭 마을이었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철수 내외와 같이 가난뱅이 월급쟁이가 아니면 대개가 그날그날 날품팔이다. (생략)

 

  ‘귀환동포는 시간적 배경이 1940년대 후반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1945년 해방이 되고, 일본과 다른 나라 등으로 흩어졌던 많은 동포들이 귀환을 했다. 공간적 배경은 바다가 보이는 산기슭 마을이다. 귀환동포들은 ‘누더기처럼’‘누더기처럼’ 살고 있다. 귀환동포의 삶이 너무나 가난하여 어렵게 살고 있는 모습을 누더기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이 마을의 아이들은 양지 마을에 앉아 윤선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없다. 무료하고 심심한 아이들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엿장수였다. 이 마을에 단골로 찾아오는 엿장수는 사건의 중심인물로 사건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엿장수가 나타나면 아이들은 길목에 쭉 모여 개선장군이나 맞이하듯기다리고 섰다. 아이들이 엿장수를 개선장군 맞이하듯 하는 것은 먹을거리가 없는 아이들에게 의 달콤함은 환상적이었을 테고, 무료한 아이들에게는 유일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사 먹지는 못할망정 보기만 해도 좋았다.’ 아이들의 심리를 서술자가 직접 제시해 줌으로써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철수가 마악 저녁 밥상을 받자. 그보다 먼저 저녁을 먹은 여섯 살짜리 영이와 네 살짜리 윤이 놈이 상머리에 와 앉는다. 영이 놈이 시무룩한 상을 하고 누가 묻기나 한 듯이

어머닌 외가 갔어!”

한다. 즉 저희들을 안 데리고 갔다는 불평인 눈치다. (생략)

 

   ‘철수는 주인공 남이가 식모로 일하는 집주인이고,영이윤이남이가 돌보는 아이들이다.

철수가 아이들의 말에 반응이 없자, 아이들은 ‘아지마가 꼬집고 때렸어'라고 말했다.

 

  하는 것으로 보아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의욋일이었다.

  그것은 식모아이 분수로서 함부로 애들을 때리고 꼬집었다든가 하는 무슨 명분을 가려서가 아니라, 남이가 이 집에 온 이후 오늘까지 한 번이라도 애들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또 했다거나 하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생략)

 

  철수가 ‘의욋일’ 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남이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수가 아이들에게 왜 꼬집었는지를 물었지만, 아이들은 한 놈도 대답이 없다.’ 그것은 아이들이 잘못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철수는 남이에게 아이들이 무슨 저지레잘못을 하였는지를 물었다. 남이가 빨래를 간 사이에 아이들이 고무신을 가져다 엿을 바꾸어 먹었다는 것이다. ‘영이윤이고무신을 들어다 엿을 바꿔 먹은 사건은, 남이가 아이들을 손찌검한 이유이면서 남이와 엿장수가 만나는 이유가 되는 사건이다.

 

  이 옥색 고무신으로 말하면 바로 작년 팔월 대목이었다. 철수가 남이더러 추석치레로 뭣을 해 주면 좋으냐고 물었을 때, 남이는 옥색 바탕에 흰 테두리 한 고무신이 소원이라고 했다. 옷은 작년에 지어 둔 것이 있다는 말을 철수는 그의 아내에게서 들었기 때문에 한껏 해야 크림이나 한 통 사 줄 생각으로 말한 것이 의외에도 옥색 고무신이라는 데는 철수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생략)

 

  서술자가 작품 밖에서 철수가 남이에게 고무신을 사 준 과정을 요약적으로 설명한다. 이 장면을 통해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이는 이 신을 무척 아꼈다. 신을 궤짝 속에 감춰두고 특별한 출입이 있을 때만 신었다. 신기만 하면 꼭 비누로 씻고 닦고 하였다. 신어서 닳기보다 닦아서 닳는 것이 더 할 정도였다. 그런 신을 엿을 바꾸어 먹었으니까 남이가 얼마나 속상했을지 알 수 있다.

  “이놈의 엿장수 오기만 와 봐라!” ‘남이엿장수가 만날 것을 암시하면서, ‘남이엿장수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부엌에서 ‘솥전에 바가지 닥뜨리는 소리를 요란하게 내고 있는 남이에게 철수는 신을 도로 찾아 주든지 아니면 새로 사 주든지 하든지 할 테니 바가지 너무 닥뜨리지 말고 그릇 조심해라!”라고!” 한다. 그렇지만 고무신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이가 세숫대야에 걸레랑 헌 양말이랑 담아 옆에 끼고 마악 대문 밖으로 나서는데 엿장수의 가윗소리가 들려왔다. 엿장수는 마을 중턱 보리밭 사잇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남이는 대문설주에 몸을 붙이고 엿장수를 기다렸다. 엿장수는 마을 앞에 오자 한층 더 목청을 높여 (생략)

 

그러나 남이는

저놈의 엿장수 미쳤는가 봐!”!”

하고 입속말로 중얼거렸고, 마을 아이들은 어느새 엿장수를 둘러쌌다.

엿장수가 엿판을 길목에 내리자 남이는 가시처럼 꼭 찌르는 소리로

보소!”(생략)

 

  남이가 엿장수를 기다리는 이유는 아이들이 엿과 바꾼 고무신을 달라고 하기 위해서이다. 남이의 태도와 말속에는 남이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가 난 남이의 목소리를 가시에 비유함으로써 남이가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남이는 입을 샐쭉하면서 내 신 내놓소!”했다. 그러나 엿장수는 신은 웬 신요?” 하고는 상대편에 의심을 받을 만큼 히죽이 웃어 보인. ‘엿장수의 순박하고 순수해 보이는 태도는 남이를 더욱 화나게 했다. ‘고무신으로 인한 남이와 엿장수 사이에 갈등하는 장면이다.

 

잡아떼면 누가 속을 줄 아는가 베!”

그러나 엿장수는 수양버들 봄바람맞듯 연신 히죽거리며

뭘요, 그믐밤에 홍두깨도 분수가 있지?”

남이가 발끈하고

신 말이오!”(생략)

 

그 신이 당신 신이 던가요?”?”

누구 신이든 내놔요, 빨리!”

엿장수는 또 머리를 긁으면서

당신 신인 줄 알았으면야, 이놈이 미친놈이 아닌 댐에야 …….”

하고 지나치게 고분 거리는데 남이는 한결같이 앙살을 부린다.

내놔요 빨리!”(생략)

 

  엿장수는 지나칠 정도로 공손하고 부드럽게대하는데, 남이는 엿장수에게 화가 나 있다. 남이가 화가 난 이유는 엿장수가 아이들을 꾀어서 고무신을 가져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엿장수는 남이의 발을 눈잼했다. 남이의 고무신을 찾아 주거나 사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때 난데없이 굵다란 벌 한 마리가날아와 남이의 얼굴 주위를 날았다. 이것을 조마조마 보고 있던 엿장수는 손바닥으로 벌을 딱 덮어 눌렀다.

 

  남이는 당황하면서도 귀 언저리를 붉히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함께, 엿장수 손아귀에는 벌이 쥐어졌다. 쥐인 벌은 고스란히 있을 리가 없다. 한 번 잉 소리를 내고는 그만 손바닥을 쏘아 버렸다. 동시에 엿장수는

!” (생략)

 

  벌로 인해 두 사람의 갈등이 해소되고 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신체 접촉으로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남이는 어떻게나 우스웠던지 그만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킥킥하고 웃어 버렸다.’ 엿장수는 아이들에게 엿가락을한 동이씩 선심을 쓰고, 그중에도 영이와 윤이에게는 제일 큰 것을 주었다. 엿장수가 남이로 인해 기분이 좋아서 선심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날도 좋은 날씨였다날씨가 좋다는 것은 남이와 엿장수의 사이가 좋아질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오늘따라 엿장수는 일찍 왔다그리고 다음 마을로 바로 가버리지 않고 엿장수가 오늘은 제법 아이들과 시시덕거리고 놀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엿을 한 동강이씩 주고 갔다가 보리쌀을 삶을 즈음에 또 와 해가 져서야 갔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랬다. 남이에 대한 엿장수의 호감을 드러내는 행동들이다.

 

  날씨는 한결같이 좋았다. 산기슭 잔디 언덕에는 쑥 싹을 캐는 소녀들의 색 낡은 분홍치마가 애틋하게 정다워 보이고 개울가에는 냉이가 독새랑 여뀌랑 미나리랑 싹이 뾰족뾰족 돋아났다. (생략)

 

배경 묘사를 통해 사랑의 엿장수가 사랑이 싹트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후 엿장수는 머리에 기름 칠갑을 해 오고, 옥색 인조견 조끼를 입고 온다. 남이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엿장수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철수는 대문 틈을 정신없이 엿보는엿장수를 발견하고, ‘밤이면 개 짖는 소리가 요란했고도둑놈을 보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철수네 집 담 밑에서 개울 빨래터에서 우물가에서도 도둑을 보았다고 했다. 그곳들은 엿장수가 남이를 보기 위해 기웃거린 장소일 것이다.

  봄이 한 창일 제비 올 무렵 남이의 아버지가 찾아왔다. 남이 아버지의 등장은 사건이 새로운 방향으로 흐를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남이 아버지가 온 것은 남이를 데려가기 위해서이다. 남이를 이웃집 20살 먹은 총각과 결혼을 시키기 위해서이다. 남이 아버지가 남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결혼 상대를 정하고, 일방적으로 데리고 가는 것으로 당시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알 수 있다. 1940년 후반까지만 해도 결혼은 아버지가 결정하는 가부장적이고, 봉건사회인 것이다. 남이 아버지는 철수 부부의 반대와 자식인 남이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결혼을 결정하는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인물이다. 아버지의 보수적인 가치관은 남이와 엿장수의 사랑을 이루어지지 못하게 하고, 이별하게 하는 원인이다.

  남이는 아직 설거지도 안 했는데…….”하거나 물도 안 길었어요!” 하는 것으로 보아, 마을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남이가 마을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는 마을에 정이 들었기 때문도 있겠지만, 엿장수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바로 이때다. 골목에서 엿장수 가윗소리가 들려왔다. 남이는 재빨리 윤이를 업고, 영이의 손목을 잡은 채 밖으로 나갔다. (생략)

  엿장수는 얼빠진 사람처럼 남이를 바라보는데 남이의 눈에는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지나갔다

  남이는 윤이를 업은 채 허리를 굽히고, 몸을 약간 둘러 치맛자락을 걷고 빨간 콩 주머니에서 십 원짜리 두 장을 꺼내 엿장수를 주었다. 엿장수는 그제야 눈을 돌려 남이와 돈을 번가아 보다 말고, 신문지 조각에 엿을 네댓 가락 싸서 아무 말도 없이 돈과 함께 내민다. 남이는 약간 망설이다가 역시 암말도 없이 한 손으로 받아 가지고 영이를 앞세우고 들어 왔다. 엿장수는 멍하니 대문만 쳐다보고 있다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나서 엿판을 둘러메고는 혼잣말로

  "꽃놀음을 가면 자지 내 골짝이지 그럼 한 걸음을 앞서서 울음고개로 질러감 되겠지!" (생략)

 

   엿장수를 보는 것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슬퍼서 어두운 그림자가 지나갔을 것이다. 엿장수는 신문지 조각에 엿을 네댓 가락 싸서 아무 말도 없이 돈과 함께 내민다.’ 엿장수의 순박한 사랑의 표현과 안타까운 이별의 순간이다. ‘남이는 약간 망설이다'는 남이가 떠나는 것에 대해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내적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보리밭 사이 조그만 언덕길로 옥색 고무신을 신은 남이는 갔다. 자지내 골짜기로 꽃놀음을 가는 줄만 알았던 남이가 난데없는 영감 하나를 따라가고 있는 광경을 엿장수는 울음고개 위에서 멀거니 바라보고 있는 것을 (생략)

 

   남이는 보리밭 사이 조그만 언덕길로 옥색 고무신을신고 갔다. 철수 부부는 옥색 고무신을 누가 준 것일까가 생각한다.. 옥색 고무신은 한 번도 신지 않은 새것이었다. 엿장수는 남이가 꽃놀이 가는 것이라고 마을을 떠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멀거니 바라만 보고 있는 안타까운 이별이 드러난 장면이다. 

  ‘옥색 고무신은 사랑의 매개체이자, 애정의 징표인 동시에 이별의 상징이기도 하다. ‘옥색 고무신과 관련하여 남이엿장수사이에 떤 일이 있었는지 작품 속에는 생략되어 있지만 두 사람 사이의 만남이 있었다는 것은 추측할 수 있다. '옥색 고무신'이 새것이라는 것은  '엿장수'가 사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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