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따라간 메주」는 가치관의 차이로 인한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해를 그리고 있다. 엄마는 도시의 생활에 익숙하며, 시대가 변화하는 것에 따라 변화된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는 전통적 삶의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시대가 변화해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나’가 어른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서술하고 있다.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공간적 배경은 아파트이고 시간적 배경은 겨울에서 봄까지 이다. 겨울에 갈등이 시작하여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다가 봄으로 가면서 갈등이 해결되기 시작하다. 완전히 봄이 되면서 갈등이 해결된다. 서술자는 '나'이고, 주인공은 할머니와 엄마이다.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할머니와 엄마의 갈등 상황을 서술하고 있다.
‘나’가 집으로 올라가 현관문을 여니 구수하고도 눌은 듯한 냄새가 집 안에 가득 차 있다. 할머니가 메주를 삶은 냄새이다. 할머니가 메주를 삶고 있는 이유는 전통적 방식으로 장을 담그기 위해서이다.
“에미가 장 관리나 제대로 할지 모르겄네. 이번 장이 잘돼야 두고두고 잘 먹을 텐데…….”
“할머니, 어디 가세요?”
할머니는 아무 말도 없이 함지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몇 번 방아질할 때는 재미있더니 찧어진 콩이 공이 에 처덕처덕 달라붙자 힘이 들었다.(생략)
할머니의 말을 통해 할머니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할머니는 장 관리가 잘 될지를 걱정하고 염려하고 있다. 이 말에서 할머니가 떠나려는 것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나'는 ‘처덕처덕 달라붙자 힘이 들었다’는 '나'의 기분이니까 직접 말해주기로 ‘나’의 상태를 알게 한다. 할머니는 ‘나’에게 콩을 덜어 주었다. 할머니는 ‘맛있게’ 먹었다고 하는 콩을 ‘나’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할머니가 자랐던 시대와 ‘나’가 자라고 있는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엄마가 들어왔다. 토요일이라 일찍 퇴근했나 보다. 엄마는 방아를 찧고 있는 할머니를 보더니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는 모른 체 하고 계속 방아를 찧는다. 엄마는 인상을 찡그리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나도 엄마를 따라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으며 엄마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생략)
엄마가 ‘인상을 찡그리’는 행동이나 중얼거림으로 보아 엄마는 할머니의 행동을 못마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마는 “정말 왜 저러신다니?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말렸는데.” 하면서 옷을 탁 팽개친다. ‘나’는 엄마의 말과 행동으로 엄마가 할머니의 행동이 불만이라는 것을 짐작한다. 이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의 특징이기도 하다.
엄마와 할머니의 생각을 드러내는 사건은 메주 쑤는 것만이 아니다. 지난 추석 때에도 송편 만드는 것을 놓고도 갈등하였다.
“송편 만드시는 걸 뭐라는 게 아녜요. 적당히 하셔야죠. 적당히.”
아까부터 하던 말인 모양이었다. 아버지도 나지막하게 대꾸했다.
“당신이 조금만 하자고 하지 그랬어?”
“말씀드리면 무슨 소용이에요. 그 큰 함지에 가득 반죽해 놓고는……. 만드는 사람이나 많으면 또 몰라. 둘이서 그것만 붙들고 하루 종일…….”
“그래서 친척들이랑 나눠 먹으면 좋은 거지 뭘.” (생략)
아빠의 엄마와 할머니의 갈등에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 소극적인 태도가 엄마를 더욱 화나게 한다.
할머니는 널따란 도마에 콩 덩어리 내리쳐 메주를 만드셨다. 엄마도 '마지못한 표정'으로 메주를 만드셨다. 아버지는 “하지 마시라니까, 어머니는 참. 슈퍼에서 사다 먹으면 될 걸 가지고.” 하는 것으로 보아 아빠도 편리한 생활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며칠 후, 엄마가 몸이 좀 안 좋다고 일찍 들어온 날이었다. 내 방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데 못 박는 소리가 났다. 곧이어 엄마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어머니. 뭘 하시는 거예요?”
나도 밖으로 나가 보았다. 할머니가 베란다에 의자를 내놓고 그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러고는 또 하나 못을 박는 것이었다. 창고 문틀 위에 나란히 못이 박혀 있었다.
“메주 매달아 놓을라고 그려.”
엄마는 한숨을 폭 쉬었다.
“어머니, 그런 데다 못을 박으시면 어떡해요.” (생략)
엄마는 메주를 매달기 위해 못을 박는 것은 집 꼴을 망치는 것이라고 못마땅해하시고,, 할머니는 그런 엄마의 태도를 노여워하셨다.. 엄마는 “요즘 아파트에서 그런 거 만드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러세요.”라고.” 하고 할머니는 “너는 안 먹고살래? 아무리 아파트기로 서니 사람이 할 일은 하고 살아야재. 그래, 아파트 살면 장을 다 사 먹어야 한단 말이여?” 하신다. 엄마와 할머니의 가치관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엄마는 아파트가 쾌적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할머니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 것 즉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슬프고 괴롭다.
찬 바람이 불고 며칠 시간이 흐른 후 할머니가 갈라서 보여준 메주에는 허옇게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제시되고 있다. 겨울 다 지나고 봄 방학하기 전 ‘나’는 희정이네 집에 가서 밥을 먹게 되었다. 희정이는 된장찌개에 코를 박고 퍼먹었다. 희정이가 된장찌개를 잘 먹기 때문에 희정이 엄마는 된장 얻으러 시골에 간다고 하였다. ‘나’는 ‘우리 집도 희정이네처럼 된장을 좋아한다면 엄마와 할머니의 사이가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된장이 모자라면 엄마가 할머니한테 제발 메주 좀 많이 쑤시라고 할지도 몰라. 그럼 할머니는 좋아하시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날 저녁때부터 된장찌개를 찾았다. ‘나’가 엄마와 할머니의 사이를 좋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할머니는 시골로 내려가셨다. 할머니가 시골로 내려간 이유는 아파트에서는 흙 마당을 밟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가족은 그다음 주 일요일에 할머니가 미처 가져가지 못한 항아리를 싣고 할머니한테 갔다.
할머니는 따뜻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훈훈한 봄바람이 살랑살랑거리며 내 콧속을 간지럽힌다. 단지 위를 스쳐 온 맛있는 봄바람이다.
그날 저녁 밥상에는 된장찌개가 올랐다. 뚝배기 속으로 식구들의 숟가락이 쉴 새 없이 들락날락했다. 엄마도 후후 불며 열심히 먹는다. 가만히 보니 엄마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살짝 웃고 다시 열심히 먹었다. 엄마는 내가 잘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더니 중얼거렸다.
“올해 담근 메주도 이 맛이 나야 할 텐데.”
봄이 되면서 갈등도 해소되었다. 엄마가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고, ‘나’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이 맛이 나야 할 텐데’ 하는 것으로, 엄마가 할머니의 된장을 필요하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 오승희,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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