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후논술

운수 좋은 날 현진건

by 연채움 2024. 3. 26.
반응형

「운수 좋은 날」 은  사실주의적 현대 소설이다.  현실을 사실적으로 표현, 현실 고발적 성격이 강하다. 비극적 현실을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제는 일제 강점기 하층민의 비참한 삶이다.  시간적 배경은 1920년대 비 오는 겨울날이고, 공간적 배경은 서울 동소문 주변이다. 서술자의 시점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일부 작가 관찰자 시점이기도 하다. 김 첨지에게 행운이 이어지던 운수 좋은 날아내의 죽음이라는 가장 비통한 날이 되었다. 김첨지의 욕설과 비속어는 당대 하층민의 각박한 생활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목    차

1. 소설의 구성

2. 「운수 좋은 날」구성

3. 김첨지에게 운수 좋은 날인가

 

1. 소설의 구성

  구성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건과 사건을 인과 관계에 따라 통일성 있게 배열하는 것이다. 이야기(story)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건의 나열이라면, 구성(plot)은 작가가 재구성한 사건의 인과적 질서이다.

  구성의 역할과 기능은 첫째 인과 관계에 의한 사건의 전개, 둘째 소설의 예술성을 더해준다. 셋째 주제를 표현하는 기법이다. 넷째 논리적 지적 활동이다.

   복선은 사건이나 행동에 필연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소재나 동기적 행동을 미리 제시하는 것이다. 사건의 전개, 사건과 사건의 진실성을 주기 위해 암시한다. 이는 사건의 우연성을 배제하기 위한 기법인 것이다. 복선으로 인해 사건의 개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2. 「운수 좋은 날」구성

 운수 좋은 날」시작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운수 좋게도 연이어 손님을 태우면서 시작한다. 이어지는 행운에 김첨지는 아픈 아내를 떠올린다. 아내의 '오늘만은 제발 일나가지 말라'는 말을 뿌리치고 일을 나왔다.  인력거를 끌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과거 상황을 떠올린다. 젖먹이 아이를 둔 아내는 생좀쌀을 꾸역꾸역 먹고 체한 아내는 설렁탕이 먹고 싶다고 하였다.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다 줄 수 있는 돈을 벌었는데도 김첨지는 집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고 인력거 끄는 일을 계속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김첨지의 내적 갈등을 고조 시키는 역할을 한다. 선술집에서 치삼이와 술을 마시면서 아내가 죽었다고 말하는 장면은 김첨지의 불안한 심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3. 김 첨지에게 운수 좋은 날인가?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중략)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 했던 김 첨지이다. 연달아 이어진 손님으로 인해 팔심 전을 벌었다. 팔십 전으로 앓고 누운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사다 줄 수 있다. 이 것은 운수 좋은 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어지는 행운은 김 첨지를 불안하게 한다.

 

그의 아내가 기침으로 쿨룩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조밥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 써 본 일이 없다. (중략)

 

병이 이토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조밥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김 첨지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좁쌀 한 되와 십 전짜리 나무 한 단을 사다 주었더니, 김 첨지의 말에 의하면 그 오라질 년이 천방지축으로 냄비에 대고 끓였다. (중략)

 

아내는 설익은 조밥을 허겁지겁 먹고 그날 저녁부터 배가 켕긴다고 눈을 홉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런 아내가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을 마시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아픈 중에도 설렁탕을 찾는 젖먹이를 둔 여자의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그런 아내에게 먹을 것을 제대로 줄 수없는 김 첨지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인제 설렁탕을 사 줄 수도 있다. 앓는 어미 곁에서 배고파 보채는 개똥이(세 살 먹이)에게) 죽을 사 줄 수도 있다.팔십 전을 손에 쥔 김 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중략)

 

설렁탕을 살 수도 있고 아이에게 줄 죽을 살 수도 있어 마음이 넉넉해진 김 첨지에게 손님이 남대문 정거장까지 가길 원하는 손님이 나타났다.

 

남대문 정거장까지 말씀입니까?”

하고 김 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우중에 우장도 없이 그 먼 곳을 철벅거리고 가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고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중략)

 

남대문까지 가자는 손님을 잠시 주저한 것은 아픈 아내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첨지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복선이 되어 아내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짐작을 하게 한다.

 

정거장까지 가잔 말을 들은 순간 경련적으로 떠는 손, 유달리 큼직한 눈, 울 듯한 아내의 얼굴이 김 첨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중략)

 

일 원 오십 전만 줍시오.”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김 첨지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랐다.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 만인가!

그러자 그 돈 벌 욕기가 병자에 대한 염려를 가르고 말았다. (중략)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과한 돈을 부를 수 있게 했을 것이다. 아내에 대한 염려와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 사이에 갈등하고 있다. 학생을 태우기를 꺼려하던 김 첨지는 다리가 이상하게 가벼워짐을 느낀다. 그리고 집 가까이 다다르면 다리가 무거워지고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라는 말을 떠올리고, 인력거를 쥔 채 길 한복판에 엉거주춤 멈춰 서기도 했다. 김 첨지는 집이 차차 멀어 갈수록 걸음에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김 첨지는 집 가까이 가면 아내에 대한 염려로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집에서 멀어지면 아내에 대한 염려에서 벗어나고 있다. 김 첨지가 자신에게 닥칠 불행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만에 기차는 왔고 수십 명이나 되는 손이 정류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 손님을 물색하는 김 첨지의 눈엔 양머리에 뒤축 높은 구두를 신고 망토까지 두른 기생 퇴물인 듯 난봉 여학생인 듯한 여편네의 모양이 띄었다. 그는 슬근슬근 그 여자의 곁으로 다가들었다.

아씨, 인력거 아니타시랍 시오?” (중략)

 

아내에 대한 염려로 손님 태우기를 망설이던 김 첨지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손님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 첨지가 이런 여유를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불안은 커진다. 그 이유는 김 첨지가 자신에게 닥칠 불행을 애써 외면하려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값으로 승강이를 하다가 육십 전에 인사동까지 태워다 주기도 하였다. 인력거가 무거워지매 그의 몸은 이상하게도 가벼워졌다. 그러고 또 인력거가 가벼워지니 몸은 다시금 무거워졌건만 이번에는 마음조차 초조해 온다. (중략)

 

그는 불행에 다닥치기 전 시간을 얼마쯤이라도 늘리려고 버르적거렸다. 기적에 가까운 벌이를 하였다는 기쁨을 할 수 있으면 오래 지니고 싶었다.

그는 두리번두리번 사면을 살피었다. 그 모양은 마치 자기 집곧 불행을 향하고 달려가는 제 다리를 제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으니 누구든지 나를 좀 잡았다고, 구했다고 하는 듯하였다.

그럴 즈음에 마침 길가 선술집에서 그의 친구 치삼이가 나온다. (중략)

 

  김 첨지의 행동은 자신에게 닥칠 불행을 조금만 더 늦추려는 몸부림에서 온 것이다.  술집에서 나오는 치삼이를 붙들고 같이 술을 마셨다. 치삼이와 술을 마시던 김 첨지는 아내가 죽었다고 말하고 엉엉 소리 내어 울기까지 한다. 같이 집으로 가자는 치삼이를 뿌리치며 죽기는 누가 죽어.” 죽지 않았다고 큰소리치고는 취중에서 설렁탕을 사 가지고 집으로 갔다. 설렁탕을 사는 행위는 김 첨지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과 잘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난장 맞을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 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 년.”

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 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 버리려는 허장성세인 까닭이다.(중략)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더욱 큰소리치며, 누운 아내를 발길로 찼다. 아내는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뭇등걸과 같은 느낌이다. 개똥이가 물었던 젖을 빼어놓고 울었다. 아이는 울다가 목이 잠겨 울 기운조차 없는 상태였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김 첨지는 아내를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과는 달리 거칠게 말하고 행동한다. 설마 하면서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은 현실이 되었다. 이상하게도 운수가 좋았던 날이 가장 참혹하고 비통한 날이 되었다. ‘운수 좋은 날이라는 말은 김 첨지의 상황을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운수 좋은 날이라는 반어적 표현이 더욱 가슴 저리게 슬프다는 것을 알게 한다

2024.04.09 - [독후논술] - 고향-현진건

 

고향-현진건

『고향』은 1920년대 현진건의 소설이다. 현진건은 사실적 묘사로 당대 조선의 비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이 작품은 사실적, 현실고발적, 비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고향』은

yeun0711.tistory.com

2024.07.24 - [독후논술] - 빈처 현진건

 

빈처 현진건

현진건의「빈처」는 1921년 『개벽』에 발표하였다. '빈처'는 가난한 아내라는 뜻이다. 「빈처」는 1920년대 식민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1인칭 자전적 소설이지만, '나'

yeun0711.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