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에서 복녀는 등장인물의 성격 변화에 따른 인물 유형에서 입체적인 인물이다. 입체적 인물은 현실 상황에 적응하면서 성격이 변해가는 인물 유형이다. 『감자』는 순진한 시골 처녀였던 복녀가 죽음에 이르고, 주검조차 돈으로 거래되는 비참한 삶의 여정속에 변해가는 복녀를 만날 수있다.
1. 성격 변화에 따른 인물 유형
등장인물의 성격 변화에 따른 인물 유형에는 평면적 인물과 입체적 인물이 있다. 평면적 인물은 작품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성격이 변하지 않는다. 주위의 어떠한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인물을 말한다. ‘정적 인물’이라고도 하며 독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오랫동안 기억된다. 대체로 고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평면적 인물이다.
입체적 인물은 한 작품 속에서 성격이 변화하는 인물을 말한다. ‘극적 인물’·‘발전적 인물’이라고 한다. 현대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2. 복녀의 성격 변화
1) 결혼 전 복녀
결혼 전 복녀는 사농공상의 제2위에 드는 농민의 딸로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 있게 자라난 처녀였다.
복녀는 원래 가난은 하나마 정직한 농가에서 규칙 있게 자라난 처녀였다. 이 전 선비의 엄한 규율은 농민으로 떨어지자부터 없어졌다. 그러나 어딘지는 모르지만 딴 농민보다는 좀 똑똑하고 엄한 가율이 그의 집에 그냥 남아 있었다.
도덕적 두려움을 아는 농민의 딸로 자라난 복녀는 열다섯 살에 동리 홀아비에게 팔십 원에 팔려서 시집을 갔다. 복녀의 남편은 복녀보다 이십 년이나 위였다. 원래 아버지 대에는 상당한 농군으로 밭도 몇 마지기 가지고 있었던 것을 남편의 대에서 하나 둘 줄고 마지막에 복녀를 산 팔십 원이 그의 마지막 재산이었다. 복녀의 남편은 소작 밭을 얻어 씨만 뿌린 뒤 후치 질을 하지 않고 김도 안 매고 그냥 내버려 둔 뒤 소작료도 제대로 내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 밭을 두 해 이상 연달아지어 본 적이 없다. 이는 복녀 남편이 얼마나 게으르고 무능한지를 알 수 있다. 복녀가 시집간 뒤 한 삼사 년은 장인 덕으로 먹고살다 평양성 안으로 이사를 갔다.
2) 평양성 안에서의 복녀
복녀네는 평양성안 어떤 집에 막간 살이로 들어갔다. 복녀는 부지런히 주인집 일을 보았지만, 남편은 여전히 게을렀다.
“뱃섬 좀 치워 달라우요.”
“남 졸음 오는데 님자 치우시관”
“내가 치우나요?”
“이심 년이나 밥 먹구 그걸 못 치워!”
“에이구, 칵 죽구나 말디.”
“이년 뭘”
게으른 남편은 채근하는 모습에서 복녀가 적극적으로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더 이상 친정에 도움을 받던 복녀가 아니라 강한 생활인으로 변한 것이다. 싸움을 계속하던 복녀 부부는 마침내 그 집에서도 쫓겨나 칠성문 밖 빈민굴로 가게 되었다,
3) 칠성문 밖 빈민굴에서
칠성문 밖을 한 부락으로 삼고 그곳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의 정업은 거지요, 부업으로 도적질과(자기네끼리의) 매음,그 밖에 이 세상의 모든 무섭고 더러운 죄악이었다. 복녀도 그 정업으로 났다.
복녀는 거지가 되어 빌어먹었다. 그러나 “젊은 거이 거랑질은 왜.” 하면서 사람들은 복녀에게 동정심을 갖지 않았다. 복녀네는 칠성문 밖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 가운데 들었다.
복녀는 열아홉 살이었다. 얼굴도 그만하면 빤빤하였다. 그 동리 여인들이 보통 하는 일을 본받아서 그도 돈벌이 좀 잘하는 사람의 집에라도 간간 찾아가면 매일 오륙십 전은 벌 수가 있었지만, 선비의 집안에서 자라난 그는 그런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복녀가 비록 거지로 빌어먹을지라도 남편 있는 여자로서 정조 관념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굶고 빌어 먹더라도 도덕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4) 송충이 잡이로 가서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가 끓었다. 그때 평양 부에서는 그 송충이를 잡는데(은혜를 베푸는 뜻으로)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을 인부로 쓰게 되었다.
빈민굴 여인들은 모두 송충이잡이에 지원했고, 오십 명쯤 뽑혔다. 복녀도 뽑힌 사람 가운데 있었다. 복녀는 열심히 송충이를 잡았다. 그런데 놀고 있는 젊은 여인 인부가 공전을 더 많이 받았다. 감독은 그들이 놀고 있는 것을 묵인할 뿐 아니라 때때로 자기까지 섞여 놀고 있었다. 감독이 복녀를 찾았다. 복녀는 감독을 따라갔다.
감독은 저편으로 갔다. 복녀는 머리를 수그리고 따라갔다.
“복네 좋갔구나.”
뒤에서 이러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 복녀의 숙인 얼굴은 더욱 빨갛게 되었다.
그날부터 복녀도 ‘일 안 하고 공전 많이 받는 인부’의 한 사람으로 되었다.
복녀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다. 복녀는 도덕관과 인생관이 변하였다
그는 아직껏 딴 사내와 관계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 일도 없었다. 그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요, 짐승이 하는 짓으로만 알고 있었다. 혹은 그런 일을 하면 탁 죽어지는 지도 모를 일로 알았다.
그러나 이런 이상한 일이 어디 다시 있을까. 사람인 자기도 그런 일을 한 것을 보면 그것은 결코 사람으로 못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일 안 하고도 돈 더 벌고, 긴장된 유쾌가 있고, 빌어먹는 것보다 점잖고…….
복녀네는 궁하게 지내지 않아도 되었다. 남편은 이것이 좋은 일이라고 누워서 벌신벌신 웃었다. 복녀는 이제 동네 거지들 팔을 잡고 늘어져 적극적으로 돈을 벌었다. 복녀의 성격은 그만큼 변하였다.
5) 왕서방네 감자밭
칠성문 밖 빈민굴의 여인들은 가을이 되면 중국인 채마밭에 도적질을 하러 갔다. 복녀도 감자 바구니를 들고 도적질을 하러 갔다.
어떤 날 밤, 그는 감자를 한 바구니 잘 도적질해 가지고 이젠 돌아 오려고 일어설 때에 그의 뒤에 시커먼 그림자가 서서 그를 꽉 붙들었다. 보니 그것은 그 밭의 소작인인 중국인 왕 서방이었다. 복녀는 말도 못하고 멀진멀진 밭아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집에 가.”
왕서방은 이렇게 말하였다.
“가재문 가디. 훤, 것도 못갈까.”
복녀는 왕서방에게서 3원을 받았다. 그 뒤부터 왕 서방은 무시로 복녀를 찾았다. 왕 서방이 오면 복녀의 남편은 눈치를 보고 밖으로 나갔다. 복녀는 이제 동네 거지들에게 애교를 파는 것을 중지하였다. 복녀네는 이제 빈민굴의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왕 서방이 돈 백원을 주고 어떤 처녀를 하나 마누라로 사 왔다.
복녀는 집 모퉁이에 숨어 서서 눈에 살기를 띠고 방 안의 움직임을 듣고 있었다.
다른 중국인들은 새벽 두 시쯤 하여 돌아갔다. 그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복녀는 왕 서방의 집안에 들어갔다. 복녀의 얼굴에는 분이 하얗게 발려 있었다.
신랑 신부는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것을 무서운 눈으로 흘려 보면서 그는 왕 서방에게 가서 팔을 잡고 늘어졌다. 그의 입에서는 이상한 웃음이 흘렀다.
“자, 우리 집으로 가요.”
복녀가 얼굴에 하얗게 분칠을 하고 낫까지 들고 왕서방의 신방에 뛰어든 것이다. 복녀는 왜 왕서방의 방에 뛰어든 것일까? 복녀에게 왕서방은 남편이었던 것일까? 복녀는 왕서방의 신방에 죽음도 불사하고 뛰어든 이유가 뭘까? 복녀가 분칠을 한 것은 왕서방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엿보인다. 복녀의 손에 있던 낫은 어느덧 왕 서방의 손으로 넘어가고, 복녀는 목으로 피를 쏟으며 고꾸라졌다. 복녀의 시체는 밤중에 왕 서방의 집에서 남편 집으로 옮겨지고, 왕서방의 복녀의 남편에게 십 원짜리 지폐 석 장을 주었다. 그리고 한의사에게는 십 원짜리 두 장을 주었다. 한방의는 복녀가 뇌일혈로 죽었다고 진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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