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질’은 ‘호랑이의 꾸짖음’이란 뜻이다. 「호질」은 호랑이가 양반의 위선과 허례허식을 꾸짖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호질」을 통해 성리학을 비판하고 실학 정신을 드러낸다.
― 목 차 ―
1.「호질」 소개
2-1 도입
2-2 전개
2-3 마무리
1.「호질」 소개
「호질」은 『열하일기』 중 ‘관내정사’ 즉 ‘산해관에서 연경까지의 기록에 실려있다. 박지원이 연경으로 가던 중 옥정현에 있는 한 가게의 벽에 기록된 글을 베껴온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의인화된 호랑이를 통해 인간들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시경』『주역』『예기』『맹자』『대학』 같은 유가 경전의 유명한 명구를 패러디하여 유자들을 풍자하고 있다.
2-1 도입부 호랑이 소개
도입부에서 등장인물 중 호랑이를 소개하고 있다. 호랑이는 착하고 효성스런 짐승이다. 날래고 용맹할 뿐만 아니라 슬기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런 호랑이를 잡아 먹는 것이 있다. 비위, 죽우, 박, 오색사자, 자백, 표견, 황요, 활, 추이 이런 것들이다. 호랑이는 맹용을 무서워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맹용은 무서워하지 않고 호랑이는 무서워한다.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으면 귀신이 된다. 첫째는 굴각 귀신, 두 번째는 이올, 세 번째는 육혼 이다.
2-2 전개
① 악귀들과 대화
범의 앞장서서 먹잇감을 찾아 준다는 악귀들과 호랑이가 ‘무엇을 먹으면 좋은지’에 대한 문답을 나눈다. 이올이 의사와 무당을 추천했다. 의사는 약초만 먹어서 살이 향기롭고, 무당은 날마다 목욕을 하기 때문에 깨끗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호랑이는 ‘의사란 의심이 많은 놈이라, 사람에게 이 약 저약을 마구 먹여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 또 무당은 거짓말로 신을 속이고 사람들을 꾀어 비싼 돈을 내고 굿을 하게 한다. 그러니 뭇사람의 노여움이 의사나 무당의 뼛속까지 스며 독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한다.
육혼이 선비를 “간과 담에는 어질고 의로운 기운이 깃들었고, 바른 마음을 지녔으며, 음악을 연주하고, 예의도 바릅니다. 입으로는 온갖 학문을 외고 마음속으로는 만물의 이치를 압니다.” 하고 선비를 추천하였다.
② 동리자와 북곽 선생 밀회
중국 정나라 사람으로 벼슬을 좋아하지 않는 체하는 북곽 선생이 있었다. 북곽 선생은 나이 마흔에 만 권이나 되는 책의 뜻을 풀이했고, 만 오천 권의 책을 썼다. 황제도 북곽 선생을 칭찬하고, 제후들도 그를 우러렀다. 같은 고을에 동리자라는 젊고 아름다운 과부가 살았다. 황제는 동리자의 절개를 칭송할 만큼 ‘ 동리자의 절개가 굳은 것’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동리자의 다섯 아들들은 아버지가 모두 달랐다.
어느 날 다섯 아들들은 동리자와 북곽 선생이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남자가 과부 집에 들어가는 것은 예절에 어긋나는 일이야. 그런데 북곽 선생처럼 훌륭한 분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있을까?”
“맞아, 저 사람은 북곽 선생이 아니야.”
“얼마 전에 들었는데, 성문이 허물어진 곳에 여우가 굴을 파고 산다더군. 여우가 천 년을 묵으면 사람으로 둔갑한다더니, 저놈은 북곽 선생의 탈을 쓴 여우가 틀림없어.”
“여우는 갓을 쓰면 천금을 얻어 부자가 되고, 여우 신발을 신으면 대낮에도 자기 모습을 숨길 수가 있고, 여우 꼬리를 지니고, 다니면 사람들이 잘 따른다잖아. 그러니 우리가 저 여우를 잡아 그것을 나누어 갖자.”
다섯아들은 여우를 잡으려고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북곽 선생은 누가 자기 얼굴을 볼까 봐 얼굴을 가리고, 도깨비처럼 춤을 추며 도망쳤다. 도망치다가 그만 들판의 거름 구덩이에 빠졌다. 그 속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다. 북곽 선생이 똥구덩이에서 올라왔을 때 호랑이 한 마리가 코 앞에 앉아 있었다.
③ 호랑이의 꾸짖음
북곽 선생이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호랑이가 이마를 찌푸리고 구역질을 했다. 그리고 코를 막고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에잇, 선비 녀석, 구린내가 진동하는구나!”
(중략)
“이놈! 가까이 오지도 마라. 내가 듣자니 선비는 간사해서 아첨을 잘한다더니 정말 그렇구나. 네가 평소에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말을 골라 나에게 덮어씌우더니, 막상 급하니까 낯간지럽게 아첨을 떠는구나. (중략) 호랑이의 성품이 정말 나쁘다면 사람의 성품도 나쁠 테고, 사람의 성품이 착하다면 호랑이의 성품도 착할 것이다.
(중략)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을 도둑이라 하고, 남의 생명을 해치고 물건을 빼앗는 사람을 강도라고 한다. 그런데 너희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리저리 쏘다니면서 팔을 걷어붙이고 남의 것을 함부로 빼앗으면서도 도무지 부끄러운 줄을 모르더구나. 심지어는 돈을 형이라 부르는 놈이 있는가 하면, 장수가 되려고 자기 아내를 죽인 놈도 있었다. 이러고도 올바르게 사는 길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느나?”
호랑이는 도덕이 높다고 소문난 북곽 선생이 온몸에 똥칠한 더러운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호랑이는 선비가 끝까지 위선을 버리지 못하는 파렴치한 인간이라는 것을 고발하고 있다. 호랑이의 입을 통해 유학자의 위선과 아첨, 인간의 탐욕을 꾸짖는 것이다.
2-3 마무리
더러운 오물 구덩이에 빠져 호랑이에게 살려달라고 간청하던 북곽 선생은 농부를 만났을 때는 여전히 거드름을 피우며 위선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때, 마침 밭을 갈러 가던 한 농부가 북곽 선생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선생님, 이렇게 이른 아침에 어디다 대고 절을 하십니까?”
북곽 선생은 쓴웃음을 지으며 얼른 이렇게 둘러댔다.
“옛말에 하늘이 아무리 높아도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고, 땅이 아무리 두꺼워도 발소리를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고 했네. 그래서 이렇게 절을 하는 것이네.”
북곽 선생이 농부 앞에서 경전의 말을 인용하면서 거드름을 우는 것은 호랑이 앞에서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경전의 말을 인용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북곽 선생은 유학자가 지닌 위선적 모습을 뚜렷이 보여 주고 있다.
「호질」 . 박지원. 한솔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