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규장전」은 『금오신화』에 있는 다섯 편 중의 하나이다. 제목 그대로 하면 ‘이생이 규수의 집 담 안을 엿본 이야기’이다. 담 안을 엿보던 이생이 규장 안의 최규수를 보고 반하여 쪽지를 전하고, 서로 사랑하게 된다. 두 사람이 첫 번째 장애는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지만, 전쟁으로 인해 죽게 되지만, 귀신이 되어서도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이생규장전」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송도이다. 시기적으로 고려말 홍건적의 난이 일어날 때이다. 고려말 최 씨 무신정권이 집권하던 시기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송도 낙타교에 살던 이생은 열여덟 살이고, 국학에 다닌다. 선죽리의 귀족의 집 최 씨 규수는 열대여섯쯤 되었다. 최 씨 규수는 당대 권력을 잡고 있던 최 씨 가문의 일원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어느 날 이생은 나무 아래에서 쉬다가 담 안을 엿보았다. 담 안에 수를 놓다 잠시 멈추고 시를 읊는 아가씨를 보았다. 이생은 국학에서 돌아오는 길에 흰 종이에 시를 적어 담 안으로 던져 넣었다. 최규수는 쪽지를 읽어 보고 답장을 써서 종이쪽지를 담 밖으로 던져 주었다. 이생은 밤에 담을 넘었다. 이생과 최규수는 시를 읊어 서로의 마음을 전하였다.
“저는 본디 당신과 함께 부부가 되어 영원히 즐거움을 누리려고 하였어요. (생략) 훗날 우리 사이의 일을 들켜 부모에게 꾸지람을 듣게 되더라도 제가 혼자 책임을 지겠습니다.”
(생략)
“오늘 일은 결코 작은 인연이 아닙니다. 낭군은 꼭 제 뒤를 따라오셔서 두터운 정을 나누셔야 해요.”(생략)
이생은 최규수를 따라간 누각에서 최규수와 더불어 마음껏 정을 나누었다. 사흘 만에 집으로 돌아간 이생은 저녁마다 최규수를 찾았다. 이생의 부모님은 저녁에 나갔다가 아침에 돌아오는 이생의 행동을 이상히 여겼다. 그래서 경남 울주군으로 내려보내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하였다. 최규수는 저녁마다 꽃이 핀 정원에서 이생을 기다렸다. 그렇지만 여러 달이 되도록 이생은 찾아오지 않았다. 이생이 아버지께 죄를 짓고 시골로 떠난 것을 알고 최규수는 병을 얻어 자리에 누웠다. 최규수의 부모가 최규수와 이생과의 일을 알고 이생의 집으로 중매인을 보냈다. 그렇지만 이생의 아버지는 두 번이나 청혼을 거절하였다. 세 번째 승낙하여 두 사람이 혼례를 치를 수 있었다.
이생과 최규수는 부부가 된 뒤에 서로 사랑하면서도 공경하여 마치 손님처럼 대하니, 누구도 그들의 절개와 의리를 따를 수가 없었다.
(생략)
신축년에 홍건적이 도성에 쳐들어오자, 임금은 경북 안동으로 피란을 갔다. 도적들은 집을 불태웠고, 사람을 죽이고 가축을 잡아먹었다. 부부와 친척끼리도 서로 보호하지 못했고, 사람들은 동쪽과 서쪽으로 바삐 달아나고 숨어서 저마다 살길을 찾았다.
홍건적의 난에서 이생은 달아나 목숨을 건졌지만, 부인 최 씨는 도적에 사로잡혔다. 부인은 “이 더러운 도둑놈아, 나를 죽여 씹어 먹어라. 내 차라리 죽어서 이리 밥이 될지언정 어찌 개돼지 같은 놈과 함께 가겠느냐?” 도적이 화가 나서 부인 최 씨를 죽였다. 이생은 살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밤이 깊어 이경쯤 되자, 희미한 달빛이 비치는데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멀리서부터 차츰 가까이 들렸는데, 이르고 보니 바로 최 씨였다.
이생은 부인 최 씨가 이미 죽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몹시도 사랑하는 마음이 의심하지도 않고 급히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숨어서 목숨을 보전하였소?”(생략)
이생은 벼슬을 하지 않고 몇 년을 최 씨 부인과 함께 살았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최 씨는 이별을 고하였다.
“당신의 목숨은 아직 남아 있지만, 저는 이미 귀신이랍니다. 그래서 더 오래 볼 수가 없어요. (생략) 저의 해골이 어딘지 모를 곳에 흩어져 있으니, 은혜를 베풀어 주시려면 해골이나 거두어 비바람을 맞지 않게 해 주소서.”(생략)
이생은 최 씨의 해골을 거두어 부모님 곁에다 묻어주었다. 그리고 병을 얻어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생과 최규수의 사랑에는 두 번의 장애가 있었다. 첫 번째 장애는 집안 어른들에 의한 것이었다. 이는 극복하고 사랑을 이룰 수 있었다. 두 번째 장애는 홍건적의 침입으로 일어난 전쟁이었다. 전쟁으로 인한 죽음이 이들을 갈라놓았다. 죽은 후 잠시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루지만, 삶과 죽음이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은 헤어질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마다 가슴 아파했고,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모두 부러워하였다.’
『금오신화』 김시습 대교 소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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