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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논술

만복사저포기 『금오신화』

by 연채움 2024.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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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는 김시습이 한문으로 쓴 최초의 소설, 즉 소설의 효시이다. 전기체(傳奇體) 이다. 소설로 제목이 신화이기 때문에 신들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주인공은 인간이다. 귀신, 선녀, 염라대왕 등 다양한 신들이 등장은 하지만 신이 중심이 아니라 인간이 중심이다. 금오신화에는 만복사저포기」「이생규장전」「취유부벽정기」「남염부주지」「용궁부연록등 각기 다른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만복사저포기

만복사저포기만복사에서 저포 놀이를 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고려 때, 전라남도 남원에 양생이라는 젊은이가 살았다. 음력 3월 24일 양생은 만복사를 찾아가 부처님께 말했다.

 

  “오늘 부처님과 저포 놀이를 해 볼까 합니다. 만약 제가 지면 큰 잔치를 베풀어서 부처님을 즐겁게 해 드리겠습니다.. 부처님이 지시면 제가 아름다은 짝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양생이 저포를 던지자 양생이 이겼다. 양생이 불상 근처에서 숨어 그 약속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나이가 열대엿쯤 되어 보이는 아리따운 아가씨가 들어왔다.. 아가씨는 향을 피우고 축원문을 읽었다. 양생은 아가씨가 부처님께 올린 축원문을 읽어 보고 기뻤다.

 

양생이 아가씨를 꾀어서 그 방으로 들어가자, 아가씨도 어려워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서로 즐거움을 나누었다.

(생략)

인연이 이렇게 정해졌으니, 저와 함께 집으로 가시지요.”

양생이 아가씨의 손을 잡고 마을을 지나가는데, 길 가는 사람들은 두삼이 함께 가는 것을 알지 못하고 다만 이렇게 인사를 했다.

양 총각, 새벽부터 어디를 다녀오시오?”

어젯밤 만복사에서 취해 자다가 친구가 사는 마을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아가씨와 양생이 함께 걸어가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가씨는 이미 죽은 귀신이기 때문이다. 양생은 아가씨가 있는 개령동에서 사흘을 머물렀다.

 

얼마 뒤에 아가씨가 양생에게 말하였다.

이곳의 사흘은 인간 세상의 삼 년과 같습니다. 낭군은 댁으로 돌아가셔서 일을 돌보십시오.”

마침내 이별의 잔치를 베풀며 헤어지게 되자, 양생이 서글프게 말하였다.

이별이 어찌 이다지도 빠르단 말이오?”

 

양생은 이 씨, 김 씨, 류 씨, 등 이웃한 여인들과도 시를 지으며 풍류를 즐겼다. 아가씨는 은그릇 하나를 양생에게 주면서 보련사에 함께 가서 부모님을 뵙기를 청하였다. 양생이 은그릇을 가지고 가는 것을 본 하인은 아가씨 무덤의 은그릇을 훔쳤다고 생각했다.

 

아가씨의 무덤 속에 붇은 그릇을 어떤 사람이 훔쳐갔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저 서생이 가지고 있는 은그룻이 바로 그것입니다.”

마침내 주인이 말을 멈추고, 양생에게 은그릇을 갖게 된 사연을 물었다. 양생이 전날 아가씨와 약속한 대로 대답하였더니 아가씨의 부모가 놀라 한참이나 의아스럽게 생각하다가 말하였다.

 

  아버지 말은 딸이 죽은 지 33년 되는 해로 보련사에서 천도재를 지내려 한다는 것이었다. 아가씨의 부모님은 밥을 지어 양생과 아가씨가 함께 먹게 하고 함께 잠을 자게 했다. 양생은 아가씨가 귀신이었음을 알고 슬픔을 느끼고 아가씨의 부모님과 함께 울었다.

 

아가씨의 부모가 양생에게 말하였다.

은그릇은 그대에게 맡기겠소. 또 내 딸자식 몫으로 남겨 둔 밭 몇 마지기와 노비 몇 사람이 있으니, 그대는 이것을 받아 내 딸자식을 잊지 말아 주시오.”

이튿날 양생이 고기와 술을 마련하여 개령동 옛집을 찾아갔더니, 과연 시체를 임시로 묻어 둔 곳이 있었다. 양생은 제사상을 차려 놓고 슬피 울면서 정식으로 장례를 지냈다. 그리고 글을 지어 아가씨의 영혼을 위로하였다.

 

  양생은 그 뒤로 장가를 가지 않고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았다고 한다. 귀신은 현실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은그릇이라든지 양생이 밥을 먹을 때 사람이 먹는 것처럼 수저 소리가 났다는 것으로, 단지 꿈이나 망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왜구의 침입으로 억울하게 죽었지만, 여전히 인간의 삶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죽은 후의 삶이 인간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금오신화』 김시습 대교 소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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